이미지 크게보기 얼루어 2022년 7월호 배우 박은빈 인터뷰 화보. 소속사 나무액터스 제공

■ 이예린의 MBTI - ⑤ INFP 배우 박은빈

지난달 시청률 0.9%로 출발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한 달 만에 15.8%까지 18배 가까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넷플릭스에서는 방영 2주 만에 비영어권 드라마 시청 시간 1위에 올랐다. 이 신드롬의 중심에는 자폐 스펙트럼 변호사 역을 맡은 배우 박은빈(여·31)이 있다. 향후 그의 출연료는 드라마 한 회당 2억 원대로 2배 넘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은빈은 지난 2020년 드라마 ‘스토브리그’ 종영 인터뷰 당시 본인의 MBTI를 INFP라고 밝혔다. ‘열정적 중재자’로 불리는 INFP는 세심한 감수성을 지닌 공상가 유형으로, 다수 연예인들에 많이 분포한다. 배우 구교환, 민효린, 배두나, 서현진, 한소희, 가수 백예린을 비롯해 나영석 PD도 INFP로 알려져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박은빈의 상대역을 맡은 배우 강태오도 INFP다. 16개 성격유형의 MBTI는 심리학자 칼 융의 모델을 활용해 만들어진 이론으로, MZ세대간 빼놓을 수 없는 대화주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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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순이

INFP는 기본적으로 내향적이고 조용하다. 디시인사이드 INFP 갤러리의 ‘INFP 분석’공지글에 따르면 “공적 집단에선 말수가 적지만 착해서 다들 좋게 생각하는 이미지, 사적 집단에선 자유분방하고 착하지만 게으르고 우울함을 내비치는 이미지”로 주변의 INFP를 판별할 수 있다.

박은빈은 “집순이 외의 일상은 있을 수 없다”며 “이불 속에서 아무것도 안 하기가 내 생활 패턴”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본인을 집순이를 넘어선 ‘방순이’라 밝히기도 했다. 박은빈은 “취미는 딱히 없고, 가만히 쉬어야 일을 할 동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전 출연작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드라마 ‘청춘시대’의 활발한 주인공 송지원은 음주가무와 음담패설에 능한, 실제 배우 박은빈과 완전히 다른 성향이다. 박은빈은 맥주는 물론이고 커피조차 써서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박은빈에게는 아직 친한 사이로 알려진 연예인 지인은 없다.

2. 도화지

INFP는 감정선이 깊다. 한 커뮤니티 유저는 INFP에 대해 “도화지”라며 “어떤 느낌과 감정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지만, 너무 많은 감정이 섞여버리면 혼란에 빠져버린다”고 설명했다. 감수성이 극도로 예민한 ‘건강하지 않은 INFP’의 경우 사소한 자극에도 과도한 감정이 개입해 ‘자신만의 동굴’로 빠져 주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INFP’는 감정을 쉽게 겉으로 표출하지 않아 다른 사람과 갈등을 겪을 일이 적다. ‘성숙한 INFP’는 본인의 내면을 제어하면서 유하고 낭만적인 성향을 지닌다.

감정선이 풍부한 이들은 공상에도 자주 빠진다. 공상을 현실에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어 작가나 미술가가 될 수 있는 영재성도 있다. 서강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박은빈은 다독가(多讀家)로도 통한다. 그의 책장에는 심리학, 철학 책이 많다고 한다. 지난 2020년 그는 문학잡지 ‘릿터’와 인터뷰에서 “스스로 곰곰이 생각하다가 사유가 원하는 데까지 미치지 않을 때, 제목이 끌리는 책을 선택한다”고 했다. 우영우 역할을 연구할 때도 영상 대신 활자를 읽었다. 지난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작 발표회에서 박은빈은 “영상 매체를 통해 구현된 캐릭터를 모방하고 싶지 않아 텍스트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02년 8월부터 2002년 9월까지 한 달간 방영된 MBC 드라마 <내 사랑 팥쥐>에서 당시 11세인 배우 박은빈이 연기하는 모습. MBC 제공

3. 절제력

미국 사회심리조사업체 트루이티(Truity)에 따르면 INFP는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며 조심스럽고 조용하다. 지난 1996년 5세 당시 아동복 카탈로그 ‘Pippy-삐삐’로 데뷔해 올해로 무려 데뷔 27년차인 박은빈은 공부에도 열성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잠실 방이동 토박이’로 서울방이초, 방이중, 영파여고를 거쳐 서강대에 입학했다. 서강대 입학 당시 총동문회 소식지와 나눈 대화에서 박은빈은 “배우란 모범생이어야 한다는 결심이 있었다”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12년 동안 배우로 활동하면서 최선을 다해 출석, 공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살면서 가장 큰 일탈이 혼자 노래방을 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연기는 공적인 일이기 때문에 물의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프로의식도 강하다. 그는 지난 2020년 1월 ‘스토브리그’ 하와이 촬영 브이로그에서 “촬영 스케줄에 차질이 생길까봐 여름에는 눈병에 걸릴까봐 수영장에도 가지 않고, 겨울에는 다칠까봐 스키장도 안 가봤다”고 밝힌 바 있다.

4. 따뜻함

INFP는 마음이 따뜻한 편이다. 박은빈은 팬 사랑이 넘치는 배우로도 알려져 있다. 팬들로부터 선물을 받으면 꼬박꼬박 인스타그램 스토리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 감사하다며 인증을 한다. 특히 커피차를 받으면, 여기에 친필 사인과 함께 직접 글귀를 써주거나 그림을 그려준다. 애초에 SNS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했던 그는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지난해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팬들과 더 깊숙하게 얽히고 싶다”며 “오랜 시간 저를 좋아해준 팬을 보면 진심으로 고맙다”고 전했다.

INFP는 생각이 깊어 남에게는 친절하지만 스스로는 상처가 많을 수 있는 유형이다. 이들은 상처를 잘 받기에 타인을 볼 때 차별화된 따스함이 있는 사람을 특히 선호한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