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도림어린이집에서 김은찬(왼쪽)·김은채 아동이 다 쓴 크레파스를 기부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영등포사회복지관 ‘기후위기 대응’ 캠페인

어린이집 5곳과 업무협약
무독성 플라스틱 수거 나서

쓰다 남은 헌 크레파스 등
자원순환교육 도구로 기부

상가 돌며 기후변화 알리고
SNS로 캠페인 동참 독려도

“코로나19 이후 지구는 플라스틱 쓰레기 지옥이 됐습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다 쓴 플라스틱을 버리지 말고 모아주세요. 새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성인 키 반절 정도 되는 집 모양의 수거함이 놓여 있다. 바로 다 쓴 플라스틱을 모으는 기부함인데, 복지관은 지난해 4월부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헌 플라스틱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비대면 소비가 급격히 늘었고, 각종 포장과 배달로 인해 플라스틱 포장재 폐기물이 넘쳐나는 상황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지역사회가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 행동을 고민하던 복지관은 폐플라스틱과 헌 크레파스를 수거해 ‘업사이클링(재활용품의 재탄생)’을 실천하고 있다.

복지관은 우선 영등포 지역 어린이집 5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100명이 넘는 아동과 그 가정이 플라스틱 기부 캠페인에 참여하도록 했다. 복지관 인근 상가 중 플라스틱 사용이 많은 카페·약국을 찾아가 캠페인을 설명하고, 맘카페,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해 지역주민들에게도 캠페인 참여를 독려했다.

“플라스틱 옆 바닥면에 ‘HDPE(High Density Polyethylene)’라고 쓰여 있나 찾아보세요. HDPE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은 무독성 친환경, 일명 착한 플라스틱입니다. HDPE를 찾았으면 비닐과 라벨을 제거하고, 용기를 깨끗이 씻어주세요. 그리고 복지관에 갖다 주시면 됩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영등포종합사회복지관이 영등포내 5개 어린이집과 ‘다함께 기후행동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맺은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복지관은 주민들에게 플라스틱의 종류를 구분하는 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HDPE와 열에 강해 배달용기로 사용되는 재질인 PP를 수거하는 방법 등을 교육했다. 아울러 ‘기후변화와 플라스틱’을 주제로 한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주민들에게 기후변화 심각성, 플라스틱을 줄여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한 인식 함양 교육도 실시했다. 복지관에 수거된 폐플라스틱은 업사이클링 업체 ‘제4의 공간’에 기부됐다. 주민들이 기부한 폐플라스틱은 최근 서울 강남구 강남역 LUSH 매장의 세면대로 재탄생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다. 어린이집 아동들이 모아준 헌 크레파스는 제로웨이스트 업체 ‘쓸킷’에 기부했고, 리크레용으로 재탄생되거나, 지역주민들의 자원순환 교육 도구로 가치를 발휘하기도 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정우빈 대리는 “캠페인에 적극 참여했던 어린이집 3곳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플라스틱 수거함’을 제작해 어린이집 앞에 설치해놓고 등·하원 시 아동과 학부모, 지나치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플라스틱을 수거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자라나는 아이들과 주민들이 환경에 대해 일상 속에서 이해하며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멋있었다”고 말했다.

복지관이 이처럼 기후변화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2020년에 실시한 지역욕구조사에서 ‘지역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주민들이 ‘지역환경개선’을 꼽은 것에서 비롯됐다. 복지관은 지역사회가 환경 감수성을 함양하고, 나아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실천을 이뤄나갈 때 아동의 건강권 및 환경권 보호, 지역 환경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영등포구에서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 ‘지역환경교육센터’를 새로이 운영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복지관은 올해도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적극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정 대리는 “지난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함양되고, 지역주민들의 자원순환 실천이 성과를 거뒀다면, 올해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으로 하지 못했던 기후변화실천 주민모임이나 마을연계활동을 추진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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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시대의 빛과 거울이 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들의 값진 사연을 전해 주세요. 제보 및 문의 : teacher@munhwa.com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