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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즐기는 관료 많아… 대관업무 하다 안면마비 오기도”

송정은 기자 | 2021-07-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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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대관담당 ‘을’ 서러움


“사람은 누구나 특정 상황에서는 을일 수밖에 없어요. 지금 갑질하는 사람들도 언젠가 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공공기관 대관직 종사자 A 씨)

“하루는 술 먹고 토하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저보다 한참 어린 서기관한테 ‘잘 좀 해보라’는 핀잔을 들으면서 술 시중을 들었죠. 갑이라고 훈계하고, 자존심 짓밟는 게 당연한 건가요?”(금융권 대관직 종사자 B 씨)

기업 대관업무 담당들은 ‘을’의 서러움을 몸소 겪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입법·행정기관 등 관(官)을 상대로 본인이 소속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설명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 예컨대 소속기관 입장에서 꼭 필요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부터, 국정감사 기간 소속 기업 오너의 증인채택을 무산시키는 것 등이 대관직의 업무다. 업무 특성상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데다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일을 성사시켜야 하는 만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A 씨는 “간혹 가다가 갑질을 즐기는 ‘갑’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그야말로 하인이 된 기분”이라며 “최근엔 대부분 대놓고 혜택을 요구한다기보다, 면접자처럼 군다든지, 누가 봐도 갑질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는 ‘갑’이 많다”고 말했다. B 씨는 “몇 년 전 대관 업무를 하던 노총각 선배가 스트레스로 안면마비가 온 것을 봤다”며 “‘그렇게까지 힘들었나’ 싶었는데, 내가 해보니 종종 느껴지는 ‘현자 타임’(현실 자각 타임)에 굴욕감까지, 확실히 을의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법조계 ‘전관’들 역시 갑과 을의 위치를 오간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액연봉과 과거 인연 등이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점은 알고 있지만, 처지만 놓고 보면 본인들이 을이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 C 씨는 “결국 후배들을 만나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라고, 인맥을 활용하라고 전관의 몸값이 비싸게 책정돼 왔던 것 아니겠나”며 “다른 말로 하면 후배들에게 길 땐 기기라도 하라고 많은 돈을 준다는 소리”라고 말했다.

송정은 기자 euni@munhwa.com

특별취재팀(리스펙트팀)= 손기은·김성훈·정유정(사회부), 안진용(문화부), 이승주(산업부), 송유근(경제부), 권승현(전국부), 송정은(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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