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부동산 정책 모두 바꿔라” 참여연대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 부동산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日처럼 집값폭락’ 현실 오판
임대차 3법 등 추가규제 예고
오히려 서민 주거안정에 위협

“대출규제 통한 수요억제아닌
대량공급으로 수요분산 꾀해야”

22번에 달하는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폭등하는 현 상황은 결국 문재인 정부의 ‘철학의 부재’와 ‘잘못된 현실인식·판단’ 때문이란 게 좌우·여야를 막론한 부동산 및 정책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참모와 정책 추진자들이 이념에 매몰돼 달라진 시장 상황을 보지 못하고, 또 부정확한 팩트를 근거로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해 같은 여권 인사·단체마저 등을 돌린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 주요 인사가 일본 사례를 거론하며 우리나라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란 인식을 드러내자 전문가들은 “어떻게 일본 상황과 우리나라 여건을 동일시하는지 그 근거가 궁금하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29일 정부 및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청와대 홍보수석)가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일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사회수석으로 기용돼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집값 일본처럼 곧 꺼진다” “부동산 급등의 원인은 투기세력 때문”이라는 ‘잘못된’ 인식은 김 전 수석을 비롯해 여권 다른 인사들도 공유한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곧 폭락할 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한 대목은 이들이 얼마나 국내 상황을 오독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일본을 뒤따른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일 것”이라며 “일본도 인구가 줄고 ‘잃어버린 20년’ 당시와 같이 부동산 거품이 빠진 전례가 있기에 집값이 꺼질 것이라고 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간과한 대목이 있다. 실수요자는 무시하고 ‘공통의 적’인 투기세력만 잡으면 된다는 인식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있으며 전반적으로 땅값이 비싼 편인데다 1970~1980년대 전례 없는 대호황을 누린 국가이고, 이때의 유동성 확대 결과로 거품이 형성된 점 등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요가 몰리는 선호지역의 공급을 무작정 묶어두고, 규제를 가할 경우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인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반 당시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의미다.

이념에 사로잡혀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 역시 집값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으로 돈을 못 벌게 하겠다”는 여권의 발언은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정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양도세 중과를 통해 다주택 처분을 차단하고,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을 막아버리는 한편, 땅은 공동소유라는 ‘토지공개념 도입’을 호시탐탐 노리는 현 정부의 정책은 공급부족 현상으로 직결됐다. 오히려 친여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임대차 3법(전월세등록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의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임대차 3법 통과 시 전월세 급등 등 부정적 효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유재산에 대한 정부 규제만 강화하는 조치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협한다는 지적을 외면한 지 오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결국 이념에 집착하고, 잘못된 현실인식으로 인해 부동산 정책이 서민주거안정이란 본래 목적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수요억제 방법을 대출규제가 아닌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대량 공급을 통해 수요 분산으로 전환하는 게 서민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학원론에도 없는 경제논리로 시장을 옥죄는 정책을 그만둬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