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WHO 비상사태 선포 고심 … 우한 시민 탈출 러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긴급위원회 위원장인 디디에 우생(오른쪽) 교수, 마리아 판 케르크호버(왼쪽) 신종질병및전염병분과위원장 등과 함께 22일 스위스 제네바의 WHO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에 대한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같은 날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시내 우창역에서 봉쇄조치 전 도시를 떠나려는 시민들이 매표소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 중국 사상초유의 도시봉쇄

탈출행렬에 기차역 등 아수라장
춘제맞아 주민들 속속 市 떠나
시민들 “왜 이제서야 통제” 분노
뒤늦은 ‘전염병’ 지정도 비판

“22일 오후 11시 30분 이후로는 온라인 여행 앱에서 기차표를 구매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한(武漢) 한커우(漢口)역으로 달려가 고향인 허난(河南)성으로 가는 표를 간신히 구매했습니다. 도시 대중교통 전면 봉쇄 이후 한두 달이나 우한에 갇혀 있기는 싫었습니다.”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해 23일 오전 10시를 기해 우한 지역에 대한 대중교통 전면 봉쇄령을 내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한 시민들의 탈출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우한에서 근무하는 추이 씨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한밤중에 한커우역에 가보니 나처럼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대합실에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밤 우한 톈허(天河)공항에서 고향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기다리던 리 씨도 “수하물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제시간에 비행기가 뜰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리 씨는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 “제발 우리 가족이 이 도시를 벗어나는 축복이 내리기를”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중국의 설인 춘제(春節)를 이틀 앞둔 이날 인구 1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인 후베이(湖北)성 우한 시민들은 ‘패닉’ 상태였다. 중국 4대 교통 허브인 우한시의 공항과 기차역에는 이날 오전 마스크를 쓴 채 두려운 표정으로 귀향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SCMP는 전했다.

하지만 영국 런던이나 미국 뉴욕보다 큰 인구 1100만 명의 대도시의 입출입 전면 봉쇄가 가능한지, 상당수 시민이 춘제를 맞아 고향으로 간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조치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이날 대중교통 봉쇄 전에 우한 인구 중 수백만 명이 도시를 떠나 고향인 중국 전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 당국의 뒷북 대응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우한시 관계자는 “평소에도 이동이 많은 도시”라며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무런 검역과 통제 없이 200만~300만 명이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30억 명이 이동하는 춘제 기간에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에서 ‘대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웨이신 등 중국 SNS에서는 “이미 고향 갈 사람은 다 갔는데 당국은 왜 이제 도시를 봉쇄하는지 모르겠다”는 우한 시민들의 분노에 찬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최근 “우한 보건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인간 간 전염을 뒤늦게 알렸다”고 뒷북 대응을 질타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안정적으로 우한 폐렴 환자가 관리된다고 밝혔던 중국 당국이 최근 일주일 사이에 환자가 10배 이상 급증한 것에 대해 사건 초기부터 축소 보고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당시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을 지낸 피터 코딩리는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해 초기부터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지시에 부랴부랴 전염병으로 지정한 늑장대응도 비판대상이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신중국 이후 성도급 대도시가 봉쇄된 적은 처음으로 이번 조치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