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지난해 3월 방북 뒤 “김정은, 한미훈련 이해한다” 브리핑했는데…

북한이 19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완전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지난해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 진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입장을 변경한 만큼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없다는 지적에서부터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을 용인했다”고 밝힌 정 실장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과다 포장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가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남조선과의 합동 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지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의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을 평가절하하면서 ‘영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이는 정 실장이 지난해 3월 5일 특사단으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귀환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는 상반된다. 당시 정 실장은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한 우리 입장은 훈련 재연기나 중단은 힘들고 명분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김 위원장은 이미 이를 보고받고 우리 측 입장을 알고 있었으며 ‘한·미 훈련이 예년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날 한·미 연합훈련 전면 중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정 실장 발언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입장을 바꿨거나, 아니면 정 실장이 김 위원장 발언을 과다 해석했다는 것.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정 실장의 방북 결과를 바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설득, 지난해 6·12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지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편향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게 나왔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