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하와이서 방위비 협상 23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제11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2차 협상에서 한국 측 수석대표인 정은보(왼쪽 두 번째)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드하트(오른쪽 세 번째) 방위비 협상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제공

김계관, 美에 ‘연말’ 압박

지난 4월 김정은 시정연설
“연말까지 美용단 기다릴 것”
시한 가까워지자 초조해져

“美행정부·정가 냉전식 사고”
트럼프에 ‘새 계산법’ 촉구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24일 올해 연말을 시한으로 미·북 비핵화 협상을 촉구한 것은 한·미에 대한 압박이자,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급함도 동시에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미국의 용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힌 만큼, 대내적으로도 연말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연말까지 성과가 없다면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면서 이르면 내년 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 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 고문이 이날 담화에서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밝힌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고문이 담화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을 과시하며 미·북 비핵화 실무회담 결렬 원인을 “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작성자들의 냉전식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이라고 적시한 것도 같은 차원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여전히 실무협상보다 톱-다운 방식을 선호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뒷선으로 물러났던 김 고문이 재등장한 것은 김 위원장의 의중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김 고문은 지난해 6월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지난 5일 미·북 실무협상 당시 김 위원장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일부에서는 이번 담화가 북한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비핵화 협상에 대한 내부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북제재 해제 등 성과물을 내야 하는 김 위원장의 조바심이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전날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카드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제시한 연말까지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과 대외 도발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기존 입장을 쉽게 바꿀 가능성은 낮다. 미국 내에서는 비핵화 실무 협상의 결과물 없이 3차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데 부정적 여론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고는 있지만, 지난 2월 2차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과 같은 ‘노 딜’ 상황은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 시한을 두고 오는 12월 미·북이 치열한 장외 기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내신브리핑에서 김계관 고문 담화에 대해 “(미·북) 정상 간 신뢰 표명이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대화의 모멘텀(동력)이 유지되면서 실질적 진전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