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자 DNA, DB에 보관
작년 헌재서 헌법 불합치 결정

경찰이 DNA를 활용한 첨단 수사 기법을 바탕으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하면서 과학수사 기법에 대한 주목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수사로 미제 사건이 줄어들 것”이라는 일반 사회적 통념과 달리 실제 미제 사건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미제 사건은 2019년 5월 기준 8만3995건으로 이전에 비해 크게 늘고 있다. 미제 사건 수는 △2010년 3만3034건 △2011년 3만5606건 △2012년 4만1159건 △2013년 4만2469건 △2014년 4만3451건 △2015년 4만1826건 △2016년 4만2680건 △2017년 4만9109건 △2018년 5만5931건으로 최근 9년 사이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 5개월 만에 전년 대비 1만8064건이 늘어났다.

문제는 그나마 미제 사건의 해결 방법으로 꼽혀오던 DNA법이 올해를 끝으로 폐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DNA법이란 앞서 8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2010년 7월부터 시행된 것으로, 살인이나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 등 강력범죄자의 DNA를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해 동종범죄 발생 시 범죄 관련성이 높은 사람을 찾아내 조기 검거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대검 관계자는 “작년까지 검찰에 축적된 DNA가 15만6402건”이라며 “이를 활용해 2177건의 미제 사건을 수사 재개함으로써 ‘나주 드들강 살인 사건’ ‘무학산 살인 사건’ ‘광주 연쇄 강도강간범 사건’ 등의 진범을 검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DNA 채취 과정에서 당사자에게 불복 절차를 허락하지 않는 ‘DNA법 8조’를 두고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재판청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명령, 국회가 이날까지 법 개정을 완료하지 않으면 2020년부터는 DNA 채취가 일부 금지될 예정이다. 이에 수사당국 관계자는 “DNA 채취가 미제 사건 해결과 그에 따른 범죄 예방이라는 순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인권침해 소지 부분을 입법 보완해 미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노조나 사회운동가 등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DNA 채취를 하는 등 법을 오·남용했던 게 문제”라며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여전히 필요하고 실효성이 있는 견제장치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만 “미제 사건이라고 해서 큰 사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생활범죄의 경우에도 수사인력이 미치지 못해 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