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이형호 유괴사건
국민적 관심 차원 들여다 볼것”
민갑룡 경찰청장 와룡산 방문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가 첫 사건 발생 후 33년 만에 특정되자 경찰이 서울 등 다른 지역의 장기미제 사건도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찰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사건들에 대해 끝까지 수사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대부분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들인 만큼 수사에 따른 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도 제기된다.

20일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국내 3대 미제 사건 중 서울 관내 사건인 ‘이형호 군 유괴사건’과 관련, “공소시효가 다 끝나기는 했지만, 진실 규명 차원에서 미제전담팀이 수사를 이어가는 것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수사 방안에 대해 “사건 기록이나 내용을 다시 확인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관심사와 진실 규명 차원이라는 점에서 들여다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1991년 1월 서울에서 이형호 군이 유괴됐다 4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전화로 몸값을 요구하던 유괴범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영화 ‘그놈 목소리’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날 오후 치안 현장방문 일환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찾아 3대 미제 사건 중 ‘개구리 소년 사건’ 현장인 대구 성서 와룡산을 방문했다. 개구리 소년 사건은 지난 1991년 3월 26일 와룡산에서 실종된 초등학생 5명이 11년 만에 유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본격적인 재수사는 아니지만 사건의 수사 기록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며 “첩보 수집을 통해 새로운 수사 단서를 확보하고 관련 용의점에 대한 탐문 수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대 미제 사건은 모두 영화로도 제작돼 전 국민적 관심사이긴 하지만, 경찰의 뒤늦은 미제 사건 해결의 법적 효과에 대해서는 경찰 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미제 사건들의 공소기효가 대부분 만료된 만큼 “결국 기소 자체는 안 되는 사건”이라며 “재수사를 해도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