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원희(왼쪽 사진) 사장이 총회장을 가득 채운 주주들(오른쪽)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현대차·현대모비스 주총서 ‘엘리엇 완패’

엘리엇, 전날까지 막판공세
“대결 아닌 주주권리 지키기”

주당 2만1967원 배당 요구
5년간 현대차 배당총액 상회
‘투자손실 만회’ 노림수 분석

사외이사도 현대차 案대로
엘리엇 향후 재공격 가능성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와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주총 표 대결’로 관심을 모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와 역삼동 현대해상화재보험 빌딩에는 22일 오전 일찍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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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 자문사들이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손을 들어줘 판세가 기울었다는 분석에도 엘리엇이 주총 전날까지 주주들에게 호소 서한을 보내는 등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엘리엇 측 대표들은 이날 주총장에서도 “현대차와 엘리엇의 대결이 아니라 주주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주주들에게 막판 호소를 했지만 표를 얻는 데 실패했다. 현대모비스 주총장에서는 의사 진행 방식을 놓고 신경전도 벌어졌다. 이사 수를 늘리는 정관 변경 건과 관련해 엘리엇 제안에 반대하는 주주 동의가 나오자 의장이 “찬성하는 주주는 일어서달라”고 말한 반면, 엘리엇 측이 “서면 표결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사실 주총장의 긴장감과는 달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이날 일찌감치 주총 위임장을 과반수 확보해 승기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두 완패한 것은 배당 및 사외이사와 관련한 무리한 요구가 의결권 자문기구는 물론 주주들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엘리엇은 올해 초 주주 제안을 통해 현대차에 주당 2만1967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기말배당금은 총 5조8000억 원으로 배당성향은 387%에 달한다. 이는 지난 5년간 현대차의 배당총액을 상회하는 금액인 데다 지난해 순이익 1조6450억 원의 3배 이상 규모다. 이런 무리한 배당 요구에 업계는 엘리엇이 투자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목적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해 왔다.

사외이사 선임 문제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외이사 선임은 의결권 자문기관 다수가 현대차 이사회의 손을 들어줬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현대차와 엘리엇의 제안을 일부씩 수용하는 권고안을 내놔 표 대결이 주목됐었다.

현대차는 엘리엇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추천 후보자의 ‘이해 상충’ 문제가 기업의 미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계해 왔다. 대표적으로 엘리엇이 현대차에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인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밸러드파워시스템 CEO는 현대차·현대모비스와 수소연료전지 사업에서 라이벌 관계인 밸러드파워시스템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엘리엇이 이번 완패로 한국 시장을 완전히 떠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현재 12만 원대인 현대차 주식을 15만 원대에 집중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현재 34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빨리 수익을 내고 떠나려면 현대차그룹 주가가 올라야 하지만 자동차 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엘리엇은 장기 투자자’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할 때 또다시 공격하며 고배당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방승배·김성훈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