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보다 많은 액수 등 의문
“선거전 협박” - “실패한 로비”
진실 규명, 檢수사로 넘어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가 건설업체 장모 대표에게 돈을 빌려준 차용증을 공개했지만 19일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장 대표는 2009년 우 대사에게 자신의 조카 취업 청탁을 한 뒤 당시 건넸던 돈을 2016년 돌려받았다는 주장을 하는 인물로 이 같은 사실은 전 청와대 특감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우 대사는 사실무근이라는 주장과 함께 장 씨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진실은 검찰 수사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선거 앞두고 약한 고리 협박? = 우 대사 측은 장 대표가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인 4월 유세장이나 선거사무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할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선거가 박빙인 상황에서 당시 그의 보좌관이었던 김영근 중국 우한(武漢) 총영사가 장 대표가 노골적으로 선거를 방해하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 돈을 빌려줬다는 것이다.

우 대사 측은 “장 대표가 유세장에 나타나 ‘100만 원이라도 달라’며 행패를 부려 차용증을 쓰고 계좌로 1000만 원을 입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상식적으로 100만 원을 달라고 행패 부리는 사람에게 1000만 원을 줄 리 없기 때문이다. 김 수사관의 보고서에 첨부된 김 총영사와 장 대표가 당시 나눈 대화 내용 녹취록도 이해하기 어렵다. 두 사람은 “선거가 끝나는 날 차용증은 바로 찢어버리는 거다(장 대표). 걱정하지 말라(김 총영사)”는 대화를 나눴다.

◇실패한 취업 로비로 돌려받은 돈? = 장 대표는 2015년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장 대표는 진정서에서 2009년 우 대사(당시 민주당 국회의원)를 만나 조카의 취업 청탁을 위해 현금 500만 원씩 두 차례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조카가 취업에 최종 실패하자 장 대표가 우 대사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 수사관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선거를 앞두고 우 대사 측으로부터 장 대표에게 건너간 1000만 원이 청탁 실패에 따라 반환된 금액이라고 나온다. 당시 정식 고소가 이뤄지지 않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았다. 물론 우 대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우 대사 측은 김 수사관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실 여부는 검찰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명예훼손은 사실적시와 허위사실 적시가 처벌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