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감반 배제’ 배경 싸고 공방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 수수 의혹에 이어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의 측근 등 정권 및 여권과 가까운 인사들에 대한 특혜 의혹을 줄줄이 제기하면서 그가 특감반에서 배제된 배경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적법한 범위 외 감찰 등으로 경고를 받은 바 있고, 최근 지인이 연루된 뇌물사건의 수사 정보를 사적으로 알아본 추가 비위가 적발돼 검찰 복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김 수사관이 정권 핵심 인사들의 비위 첩보를 작성한 것이 원인이 돼 쫓겨난 건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것이다.

실제 청와대가 김 수사관의 첩보를 처리하는 과정에 대해선 논란이 이어진다. 김 수사관은 건설업체 대표인 A 씨가 2009년 우 대사에게 채용 청탁과 함께 1000 만 원을 건넸다는 자신의 첩보가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까지 전달됐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임 실장에게 첩보가 전달되지 않았고, 민정 라인은 기존 검찰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정리된 사안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김 수사관이 전 총리 아들, 은행장 등 민간인의 동향을 파악했다는 부분도 사찰 의혹과 함께 특감반의 명확하지 않은 업무 범위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는 대법원 판례까지 소개하며 관련 사실이 민간인 사찰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지만, 광범위한 정보 수집으로 인해 감찰 업무의 경계선이 고위공직자와 민간인을 넘나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장이 측근인 우제창 전 의원에게 고속도로 휴게소 입점 카페 매장의 커피 추출 기계 및 원두에 대한 공급권을 몰아줬다는 의혹 또한 김 수사관의 첩보가 제출된 뒤 조사가 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는 11월 초 보고서가 제출됐지만, 직후 김 수사관이 직무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조 수석 등 상부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공공기관장의 비위 혐의라는 사안의 중대함에도 불구하고 한 달이 넘도록 확인 과정이 없었던 셈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