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국회 본청 한국당 비대위원장실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자신의 당 혁신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한국당이 구상하는 對北해법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 나름의 ‘평화 로드맵’을 내놓으려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이 그동안 마치 북한을 같이 갈 수 없는 집단으로 보고, 대화와 타협은 다 거부한 채 무조건 군사력만 강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처럼 오해를 많이 받아 왔지만, 요즘 시대에 그런 것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평화 로드맵’은 내부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 완성될 예정이지만,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북한 핵 위기 해법과 대북 접근법이 속도와 방향 면에서 매우 위험하다는 평가에서 출발한다.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국방력 약화, 한·미 동맹 훼손, 유엔 대북제재 균열 등을 무릅쓰고 대화와 타협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왜 지금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지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국방력과 강력한 한·미 동맹 체제, 유엔 제재 때문에 나오는 것 아니냐”며 “대화의 기반을 먼저 와해시키고 덤벼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서는 “서로 믿지 못할 때는 서로 투명하게 지켜볼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정찰 기능을 약화시키는 합의를 했다”면서 “그냥 믿어보자는 거냐”고 했다. 통일부가 탈북민 출신 출입기자의 남북 고위급회담 취재를 불허한 것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에 별도 글을 올려 “스스로 알아서 기는 비굴함”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당당한 평화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과 한국당이 ‘평화 로드맵’을 구상하는 데에는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 소극적으로만 대처할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이 담겨 있다. 북핵 위기가 ‘대화를 통한 해결’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한반도에 데탕트 기운이 만연한 것은 한국당 역시 반길 일이지만, 잘못 대응할 경우 자칫 한국당이 냉전세력으로 몰려 고립의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이슈가 모든 사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한국당의 목소리도 묻혀버릴 수 있다. 실제로 각종 경제 지표 악화와 부동산 대책 논란 등으로 급락세를 보이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다시 반등했다. 김 위원장은 “외교·안보에 관한 한 야당은 정보도 없고 조약체결 권한도 없기 때문에 정부 여당이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며 “다만 현 정부의 대응에 많은 문제가 있는 만큼 한국당이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