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국회 본청 앞 ‘애국애족의 군상’을 배경으로 서 당 혁신과 정국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文정부선 내각 권한 너무 없어
國監 때 장관들 대답 오락가락
국가가 어디로 가나 싶은 생각

외교안보, 국민 뜻과 달리 過速
北 정찰할 기능 다 죽여 놓고선
국민에 믿으라?… 불안만 싹 터

경제정책은 위험한 길 가는 듯
무조건 ‘정규직化’ 밀어붙이니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꼴 나

“정의의 이름 아래 정의를 부수고, 신뢰의 이름 아래 신뢰를 부수고, 평화의 이름 아래 평화를 부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가 부처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방향이 잘못된 게 더 큰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저소득층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내건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고용세습 논란, 자영업자 붕괴 등 정반대 결과로 이어진 현실, 남북 신뢰 구축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이끌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한·미 동맹과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 균열 우려를 자아내는 현실에 대한 개탄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 이대로 가면 큰일이 날 수 있다”며 “한국당이 보수의 중심 세력이 돼 정부 여당과 생각을 달리하는 모든 사람과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가주의적 담론에 젖어 역사의 흐름을 놓쳤던 보수가 탈국가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진짜 보수의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6일 오후 국회 본청 한국당 비대위원장실에서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활동했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한솥밥을 먹은 김 위원장인 만큼 할 말이 많을 것 같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큰 듯, 평소와 달리 유난히 그의 목소리가 커지고 톤이 높아졌다.

―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 운영을 경험했는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나요.

“지금은 내각에 너무 권한이 없어요. 청와대가 다 하는 것 같아요. 다들 기억하겠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이해찬 국무총리(현 민주당 대표)를 ‘실세 총리’라고 불렀습니다. 그만큼 내각이 권한을 많이 행사한 겁니다. 그러나 이 정부에서는 청와대가 너무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내각이 꼼짝 못하다 보니 장관들이 이상해졌어요. 이번 국정감사를 봐도 장관들이 자기 소관 현안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대답이 왔다 갔다 합니다. 장관이 모든 일을 책임지고 한다면 그런 일이 일어날까요. 뭔가 이상합니다. 총리도 금리에 대해 얘기하던데,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이러다 국가가 어디로 가나 싶어요.”

― 야당에서도 ‘청와대 몇 인방’이라는 식으로, 일부 참모가 너무 개입한다는 지적을 하는데요.

“청와대가 부처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여러 군데서 목격됩니다. 그러나 개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방향이 잘못된 게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남북군사합의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서로 믿지 못하면 투명성을 강조합니다. 서로 언제든 볼 수 있을 때 신뢰가 생기고, 평화체제도 성립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어요. 우리가 북한을 정찰할 수 있는 기능을 다 죽여놓고, 그냥 국민한테 믿으라고 합니다. 국민이 믿을 수 있을까요. 불안감이 싹트죠. 그러면 평화는 더 멀어집니다. 경제 정책도 너무 위험한 길로 가고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어요.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논란을 보세요. 비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실상을 조사해 보고 정규직화를 얘기해야 하는데, 무조건 밀어붙이니 친·인척 연줄을 타고 들어온 사람들이 정규직으로 되는 것 아닌가요. 정의의 이름 아래 정의를 부수고, 신뢰의 이름 아래 신뢰를 부수고, 평화의 이름 아래 평화를 부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현 정부 들어 공공부문 개혁이 중단되고 공공부문 비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17만 개를 만든다는데, 그럼 그 자리에 누가 갑니까. 혁신의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야 할 유능한 젊은이들이 안전한 자리를 찾아 공공부문으로만 쏠리게 됩니다. 그래서 공공부문이 커지는데, 이 정부 들어 공공부문이 혁신했다는 얘기 들어봤습니까. 인원만 늘리고 있죠.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이런 곳에 인력을 늘리겠다는 걸 보면 과연 제정신을 가진 정부인지 의심스럽습니다.”

― 오는 24일이면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입니다. 큰 포부를 안고 이 자리를 맡았을 텐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한두 가지가 아니죠. 일단 ‘혁신한다고 들어왔으니 결과를 내놓으라’는 국민과 당원들의 조급함이 있습니다. 나는 가장 먼저 비전과 가치를 세우고 인적 쇄신은 좀 뒤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당에 오자마자 사람들이 나한테 요구한 것은 인적 쇄신과 청산입니다. 지금도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가동한 지 며칠 안 지났는데 ‘전원책 변호사까지 데려다 놓고 왜 소식이 없냐’고 문자 메시지가 날아와요. 당내에 아직도 계파 논리, 소집단 논리가 살아 있는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죠.”

― 당 밖에서 한국당의 실패를 지켜봤는데, 안에 들어와 보니 그 원인 진단이 달라진 게 있나요.

“밖에서 생각하던 문제를 안에서도 느낍니다. 다만 지도자가 방향을 잘못 정해도 그냥 쭉 따라가는 분위기 때문에 그동안 어려웠겠구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나는 당이 어려워진 이유는 역사의 큰 흐름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얘기해 왔어요. 그런데 당에 와 보니 예상외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있는 분이 많아요. 이런 분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뒤로 밀려나는 구도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이 당이 잘될 수도 있겠다. 참 유능하고 좋은 분도 많다’ 하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조급해하지 말라고 했지만, 인적 쇄신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인적 쇄신에 대해선 조강특위가 전권을 쥔 건가요.

“당협위원장을 교체해 조직 전체를 쇄신하는 게 조강특위의 기능이자 의무입니다. 조강특위가 외부 위원 4명, 내부 위원 3명으로 구성되는데, 외부 위원 전원을 전원책 변호사가 추천하도록 했어요. 외부 위원 4명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합의를 봐 오면 조강특위 위원장(김용태 사무총장)이 적극 반대하지 않는 한 사실상 관철되는 겁니다. 그 결정에 대해 비대위원장은 최대한 존중하려 합니다. 전권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조강특위에 ‘전례 없는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 조강특위를 통과한 안은 원칙적으로 수용한다고 봐도 될까요.

“꼭 그렇지는 않고, 앞서 얘기했죠. 최대한 존중한다고.”

― 조강특위에 인적 쇄신의 방향과 폭에 대한 생각을 밝혔나요.

“궁극적인 책임은 비대위원장인 제가 져야 하니까 위촉하면서부터 제 뜻을 얘기했죠. 핵심은 계파 초월, 선수 초월.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새로운 인물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겁니다. 우리가 얘기하는 새로운 보수의 가치에 공감하는 분들, 도덕성과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는 분이 많이 들어와야 합니다. 쇄신 폭에 대해서는 당무 감사 결과가 나와봐야 얘기할 수 있겠죠. (당협위원장의) 10%, 20% 식으로 숫자를 맞춰놓고 하는 게 아닙니다. 또 이런 작업을 하면서 전체적인 통합 구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당은 보수 정치권 전체를 통합적으로 이끄는 정당이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밖에서 들어오거나 우리가 모셔 오는 분들의 자리만큼 기존의 자리를 비워야 합니다.”

― 바른미래당 등과의 통합을 위해 당협위원장 자리를 일부 비워놓겠다는 얘긴가요.

“단순히 바른미래당만이 아니라 시민사회, 보수 전문가 집단까지 다 염두에 둔 겁니다.”

― 당협위원장은 외부 영입보다는 보통 신청자 중에서 정하는데요.

“그래서 당 안팎에 ‘좋은 분 있으면 많이 추천하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이건 누구를 빼는 게임이 아니라 넣는 게임입니다. ‘세력을 확장하고 싶으면 좋은 사람을 많이 넣어라, 그래서 경쟁하게 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외부 인재를 영입하려면 자리를 보장해줘야 할 텐데요.

“그런 게 완전히 없다고 하기는 힘들어요. 가령 어떤 지역에 (여권에) 특별한 인사가 있으면, 그에 대칭이 될 만한 사람을 넣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이런 사람을 넣지 않고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전략 지역의 경우 외부에서 모셔올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건 비대위 권한을 넘는 문제입니다. 다음 당대표 선출 후 결정하도록 일부 (당협위원장 자리를) 비워둘 수도 있겠죠.”

―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가 마치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처럼 진행될 것 같네요.

“나는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가 불가역적이었으면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정말 좋은 분을 많이 모셔서 누가 다음 당대표가 되더라도 이번에 임명되는 당협위원장이 끝까지 가도록 하는 게 내 욕심입니다. 그럼 당대표가 무리하게 누굴 바꾸려 하면 전체 선거판이 흐트러지거나 ‘왜 엉뚱한 사람으로 바꾸려 하느냐’는 얘기가 나오겠죠.”

한국당 지지도가 2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인재 영입은 쉽지 않을 거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인재영입위원장이나 당대표가 누구를 찍어서 오라고 했었는데, 이제 그런 식으로는 안됩니다. 좋은 사람을 찾는 거점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합니다. 나는 나대로, 전원책 변호사는 전 변호사대로, 또 여성·청년위원회, 여의도연구원, 정치학교 등 5개 정도 거점이 움직이면 각각 5명씩만 찾아도 25명이 됩니다. 거점을 넓히면 더 많은 분을 찾을 수 있겠죠. 전 변호사 영입 때도 그랬는데, 누가 봐도 안 올 거라 생각했지만 우리가 찾아가서 ‘보수 정치가 이렇게 무너졌는데, 이대로 되겠느냐’고 설득하니 그 논리가 먹혔어요. 많은 사람이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되겠다’ ‘내가 뛰어들어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청년 세대에 이런 사람이 꽤 있습니다.”

― 보수 진영이 다시 살아날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긴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보수 정치가 살아날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봅니다. 비대위가 1차로 국민성장론을 제시했는데, 이걸 좀 더 다듬어 국민 앞에 내놓으면 우리 경제의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보수 정치가 새롭게 불붙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국민성장론 2탄’을 내놓겠다고 했는데요, 탈국가주의가 핵심인가요.

“결국은 시장경제를 존중하자는 겁니다. 국가는 약자 보호, 기회 보장 등 시장경제의 모순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앞서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는 걸 기본으로 놓고 봐야 합니다. 정부는 1등을 못 했지만 우리 국민과 기업은 곳곳에서 1등을 해왔어요. 삼성전자도 그렇고 방탄소년단과 같은 첨단 문화를 선도하는 집단도 나왔잖아요. 대단한 역량을 갖춘 우리 국민이 뛰면 우리 경제가 살아납니다. 그러니 국민을 각종 규제와 감독체제에서 해방시키자는 겁니다.”

― 인적 쇄신에서 가장 큰 관심 대상은 친박(친박근혜)계와 친홍(친홍준표)계인데요.

“그 질문에는 ‘이쪽저쪽 계파에 신경 안 쓰겠다’는 조강특위의 입장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강특위나 비대위의 결정이 어느 계파 죽이기가 되는 것은 우리 의도와 맞지 않아요. 우리가 보수 전체의 중심 세력이 되겠다고 하는 마당에 오히려 분파주의가 확산될 수 있으니까요. 공정성이 무너지면 비대위도 무너진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계파와 상관없는 분들을 조강특위에 모셨죠.”

― 공정한 평가를 강조하는데, 한국당은 최근 몇 년간 선거에서 큰 실패가 있었습니다. 정권까지 넘겨줬는데, 그런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것과 공정한 평가가 같이 갈 수 있을까요.

“정치적 책임을 지게 하는 건 당협위원장 임명을 넘어서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치 지도자, 아니면 국회의원을 포함해 우리 당 주요 직책을 차지한 사람들 간의 문제죠. 그럼 어떻게 책임을 지게 하느냐. 가령 당권 도전을 못하게 설득하든가, 의원이나 국민이 압박할 수도 있겠죠. 아무나 이 사람 저 사람이 당권에 도전해서, (당대표 경선) 판이 어지러워지고 이상하게 흐른다면 비대위원장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잘못하면 다시 당내 대립이 격화하고 분열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어요. 비대위의 목적은 당을 살리는 것인데, 또다시 그런 혼란에 빠지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만 있겠습니까. 말로 말리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제도적으로 막자는 얘기도 있는데요.

“‘당대표 한 번 한 사람은 두 번 이상 못 나오게 하자’는 얘기도 있는데, 그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제도로 접근하기보다 정치적 양식과 지도력,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죠.”

― 김무성·홍준표 전 대표와 그런 당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까.

“홍 전 대표는 귀국 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김 전 대표도 여기저기서 접할 기회는 있었지만 깊은 얘기를 나눈 일은 없습니다.”

― 조강특위는 “2012년 비상대책위가 ‘경제민주화’라는 진보주의 강령을 받아들이고 ‘새누리당’이라는 정체불명의 당명으로 바꾸고, ‘보수를 버려야 한다’면서 빨간색으로 당색을 바꾸었을 때 한국당은 침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보수의 가치를 세우기 전에 분배 논리를 너무 많이 가져왔다는 지적으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나는 한국당이 2012년 박근혜 비대위 이전부터 보수적 가치가 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고, 역사의 흐름을 놓쳤다고 봅니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안보와 경제 등을 다 끌고 가는 박정희(전 대통령) 시대의 방식은 당시엔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는데, 이제 아닙니다. 시민사회와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졌어요. 이제 진짜 보수의 가치로 돌아가야 합니다. 자율과 시장경제 중심의 경제철학으로 돌아가고, 공동체 정신을 더 존중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한국의 보수는 여전히 국가주의적 담론에 갇혀 있었어요. 그러니 자꾸 시민사회와 부딪히죠. 예를 들어 교과서를 국정화한다고 그게 될 일인가요. 박정희 시대에는 통했겠지만 이제는 젊은 세대와 부딪히고, 마치 우리가 역사에서 이탈한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됩니다.”

― 당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 보수색이 더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그래서 당의 대안적 비전과 가치, 철학을 내놓고 국민에게 물어볼 때가 된 겁니다. 우선 경제에서는 탈국가주의로 가자는 얘깁니다. 출발점은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는 인식입니다. 우리 국민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내고 우리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 세계에 펼쳐가는 대단한 국민입니다. 이런 국민이 마음껏 뛰게 해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입니다. 소위 진보정부, 좌파정부인 현 정부는 그렇지 않아요. 국민을 뭔가 부족하다고 보고, 감독하고 가르치고 규제하고 지원하고 보호하려 합니다. 물론 빈부격차 심화와 공정하지 못한 게임의 룰, 패자부활 기회 부여 등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지만 나머지는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

― 최근 소위 ‘태극기부대’가 집단적으로 입당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한국당이 새로운 보수주의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태극기부대로 불리는 분들은 안보의 측면에서 국가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는데, 이건 내가 말한 보수의 철학과 어긋남이 없어요. ‘좌파 척결’이니 뭐니 하는 태극기부대의 주장은 대부분 안보에 관한 것입니다. 그분들이 내가 경제적 측면에서 말한 보수의 철학을 절대로 배격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분들과 부딪히지 않고 조화롭게 갈 수 있어요. 그분들이 밖에서 외롭게 있고, 우리 당과 격리돼 있을 게 아니라 언젠가는 어디가 같고 다른지 얘기해야 합니다.”

― 태극기부대도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얘긴가요.

“끌어안는 게 아니라 얼마든지 국가의 미래와 관련해 손잡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제를 야권 통합으로 넓혔다.

―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얘기가 나옵니다.

“(그에 대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되게 화를 냈던데, 대단히 예민하고 신경 쓰이는 문제입니다. 한국당 내에도 여러 의견이 있고, 그쪽(바른미래당)도 여러 분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통합을 한다 안 한다 얘기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정책연대는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 야권 통합의 범위에 대해 주요 지도자나 차기 대권주자들도 서로 다른 얘기를 합니다. 어느 정도의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까.

“기본적으로 한국당이 중심 정당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통합해도 내부 갈등이 생기면 또 문제가 되니, 꼭 통합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연대를 할 수도 있겠죠. 다만 통합을 하려면 특정 계파나 집단의 상징성을 갖는 분들은 역할을 좀 줄여야 합니다. 소위 센 분들, 상징성이 큰 분들은 빠지고 계파성이 약하고 통합적 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 역할을 하면 좋겠죠. 물론 대표성을 갖는 사람들이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합의체를 이루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데, 어떤 방식이 좋은지는 모르겠어요.”

― 한국당이 중심에 서서 어디까지 손을 잡을 수 있나요.

“현재로서는 정부 여당과 생각을 달리하는 모든 사람과 손을 잡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 정말 큰일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바른미래당 내의 국민의당 출신과는 함께 가기 어렵지 않나요.

“바른미래당에 분파가 있고 이질적인 부분이 있다고 듣고는 있는데, 남의 당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습니다. 어쨌든 바른미래당하고는 의원들 간에도 개별적인 접촉이 자주 있습니다.”

정치권 원로들과 많은 전문가는 정계개편의 폭은 결국 선거제도 개편 여부에 달렸다고 본다. 소수 정당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면 다당체제가 유지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 소수 정당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 정당 사이에서 ‘선택의 순간’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입장이 궁금했다.

― 한국당을 뺀 다른 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듣기론 그렇지 않습니다. 당대표들끼리는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고 있지만, 집권 여당 내에도 이견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우리 당도 그렇고. 우리 당은 현재의 선거구제 그대로 간다는 것으로 상정하고 당협위원장 교체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 오남석 차장 (정치부)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