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좋은 공급 위해선 해제 필요
녹지 훼손에 집값 안정 불확실
국토부 장관이 직권해제 가능

정부가 21일 내놓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9·21 대책)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가 빠진 것은 서울시의 강력한 반대와 함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이 주택가격 안정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하지 못한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20일 환경단체 등이 청와대 앞 등에서 ‘그린벨트 해제 반대’ 시위를 벌인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양질의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구축된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는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가 장관 직권으로도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음에도 이번 대책에 빠진 것도 향후 집값이 더 오를 때를 대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30만㎡ 이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시장·도지사에게 위임돼 있지만, 공공주택 공급 등 필요할 때는 국토부 장관이 직권해제할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은 그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돼왔다. ‘질 좋은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인프라와 자연환경이 좋은 지역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린벨트 주택공급은 녹지 훼손과 긴 공급 기간 등으로 당장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 당장 그린벨트를 풀어도 입주는 2025년 정도에 가능하다. 또 그린벨트를 풀어서 주택을 공급한다고 해도 집값 안정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린벨트 토지 수용을 위한 보상금이 다시 주변 토지 매수로 이어져 가격이 상승한 데다, 주변보다 싸게 분양해도 일종의 ‘집값 키 맞추기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시 집값 안정 효과는 별로 없었는데 주변 땅값만 요동쳤다는 비판도 거셌다.

최근 10년여간 집값 상승기에 18차례나 그린벨트가 해제됐지만 ‘집값 안정’이라는 심리적 효과 외에 실제로 집값이 하락한 사례는 사실상 없었다. 2007년과 2008년 집값이 급등하던 때 수도권의 그린벨트가 다섯 번이나 해제됐지만,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로 주택 추가 공급을 예고해야 심리적 안정효과를 줘 중산층과 실수요자들이 집값 상승기에 가세하지 않는다는 견해다.

익명을 요청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이 확정되면 수요자가 지금 당장 집을 사지 않아도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며 “이번 공급 대책이 미흡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서울에서 실제 그린벨트를 풀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은평구 불광동, 강서구 개화동, 노원구와 중랑구 일대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을 풀 경우 2만 가구 내외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