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반응

“양질의 주택·세부계획 없어
불안심리 잠재우기 어려워”
“공공임대주택 정책 혁신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확실하게 풀지 않는 이상 서울 경계 신도시와 서울시 유휴부지 등에 얼마나 많은 양질의 주거시설을 조속히 공급하느냐에 시장 안정이 달려 있다고 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주변 신도시 4∼5곳 공급과 서울 시내 유휴부지 6만여 가구 공급 등 ‘수도권 주택공급방안’(9·21 대책)에 따라 최근 서울 등 일부 지역 집값 급등세가 확실하게 꺾일 것이라면서도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양질의 주택 공급과 세부 계획 등이 나오지 않아 당장의 실수요자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중산층이 선호할 정도의 양질의 주택과 저렴하되 살 만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2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수도권 신도시 개발 등으로 주택을 대량 공급하기로 한 만큼 최근 집값 급등세는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서울시가 내놓은 유휴부지 등에 얼마나 좋은 주거시설을 조속히 공급하느냐가 시장 안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공급 대책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으나 수요(젊은 층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려면 공공임대주택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임대주택에 재정 투입을 좀 더 과감하게 하거나 민간임대등록자에게서 나오는 수익을 공공임대에 투입, 관리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물론 경기 성남, 하남, 과천 등 서울 접경지역에 대량 공급이 이뤄져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며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한 주택 공급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서울 도심지 공급이 예상보다 적어 아쉽지만 (신도시 개발 등으로)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라면서 “예산 확보 문제와 언제, 어디에, 어떻게 주택을 공급하느냐는 세부 계획 등 디테일이 부족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대책에서 언급한 신도시는 분당 등 1기 신도시보다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출 수 있어 실수요자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대규모 동시 택지 개발이 아니라 시차적으로 제각각 공급되는 만큼 수요자들에게 ‘풍부한 공급’이라는 체감효과를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은 시간이 걸려도 공급 효과와 실수요자 심리를 잠재울 수 있는데 이번 대책에 빠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원장은 또 “성동구치소를 제외하면 넓은 땅이 아닌 데다 철도 유휴부지 등은 기존에도 주민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순환·박수진·최재규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