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단 명단 전날 오전에 알려
‘유리한 협상 노리나’분석 나와

北, 남북관계에 美·中외교까지
정부 “지연전략은 아닌 것 같아”

최근 들어 적십자회담, 철도·도로 분과회담, 산림협력 분과회담 등 남북 회담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북한은 대표단 명단이나 일정을 회담 전날이나 당일에야 통보하는 관행을 바꾸지 않고 있다. 북한의 늑장 통보 배경을 두고 ‘대남 우위를 위한 의도적인 전략’ ‘담당 부서의 업무 과부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재 지연’ 등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4일 열린 남북 산림협력 분과회담의 대표단 명단을 3일 오전에야 우리 측에 통보했다. 우리 측은 수일 전부터 대표단 명단을 확정하고 북측의 통보를 기다렸지만, 회담 전날에야 대표단 명단을 알려온 것이다. 지난달 22일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협의하기 위해 열린 남북 적십자 회담 때도 비슷했다. 북측은 회담이 시작되기 불과 8시간 전인 당일 오전 2시 대표단 명단을 통보해왔다. 우리 측 대표단은 북측 대표단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금강산에서 열리는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강원 고성으로 떠나면서 마음을 졸여야 했다.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준비 작업을 위한 사전점검단의 방북 일정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 측은 6월 14∼15일 사전점검단이 방북하겠다고 6월 12일 통지문을 보냈지만, 북측은 우리 측이 제안한 날짜가 거의 지날 때까지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6월 15일에야 6월 19, 20일 사전점검단의 방북을 허용한다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남북 사이의 교류·협력 일정 때마다 반복되는 북한의 늑장 대응을 두고 몇 가지 분석이 제기된다. 일단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리는 5월 남북 고위급 회담을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당일 전격 취소한 사례를 봤을 때, 남북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의도적인 지연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최근 남북관계가 순항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도적인 전략은 아니라고 본다”며 “대남 사업을 담당하는 북한의 통일전선부는 300명 안팎의 크지 않은 조직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대미, 대중 외교에 이어 남북관계까지 전담하다 보니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외 전략과 관련해 세세한 것까지 직접 챙기고 있는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과 잇단 현지지도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의 결재가 없으면 실무자들이 전혀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 북한 체제의 특성”이라며 “김 위원장이 최근 각종 외교활동과 내부 산업시설 시찰 등으로 정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