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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장벽 안없애면 보복”

사실상 모든 수출입품 대상
中 이어 EU·韓 등 무차별
중간선거·中견제 이중포석

‘나보다 상대가 잃을 것 많아’
‘나홀로 성장’ 美경제 자신감
EU 등 보복… 세계경제 충격

코커 美상원외교委장 비판
“트럼프 고율관세 권한남용”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관세 부과와 맞부과에서 전선을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한국 등 사실상 전 세계 각국으로 확대하면서 지구촌이 글로벌 무역전쟁의 소용돌이로 급속하게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대상품목 역시 철강·알루미늄을 넘어 자동차로 번지고 있으며 미국의 주된 타깃인 중국의 경우 첨단기술 제품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수출품에 고율 관세가 매겨지는 등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발 관세폭탄은 철강·자동차를 넘어 미국의 무역흑자에 영향을 주는 사실상 모든 품목으로 확대될 기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각국이) 무역장벽·관세를 철폐하지 않으면 미국에 의해 상호주의 그 이상을 당하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무차별 보복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500억 달러(약 55조68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중국이 맞대응하자 추가로 2000억 달러(222조7200억 원) 규모의 제품에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나섰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현재 수입 자동차·부품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7월 예정된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수입차가 안보를 저해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현행 관세(승용차 등 일반차량 2.5%, 트럭 25%)에 더해 최고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EU가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장벽을 없애지 않으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EU산 자동차에 2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철강 등에 이어 각국의 생산·고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다. 세계 2위 자동차시장 미국은 지난해 400만 대(캐나다, 멕시코 제외)를 일본, 독일, 한국 등에서 수입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무역 강공책은 현재 미국 경제가 감세정책 등에 힘입어 완전고용 수준의 실업률 등 ‘나 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미국보다 상대가 잃을 것이 더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적으로 일자리 및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싸우는 트럼프 행정부의 모습을 보여줘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러스트벨트(미국 동부 및 중서부 공업지역) 등의 표를 끌어모으겠다는 정치적 계산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높은 비관세장벽을 쌓고 막대한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불공정무역을 일삼는 중국의 기술굴기(굴起)를 저지하는 등 경쟁국들을 견제하는 노림수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맞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EU가 22일 28억 유로(약 3조6468억 원) 규모의 미국산 철강과 위스키, 청바지, 오토바이 등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터키도 21일부터 18억 달러(2조107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에 나섰다. 인도 재무부도 오는 8월 4일부터 미국산 병아리콩 등 29개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올린다. 중국 역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와 함께 지급준비율을 인하해 시중에 약 120조 원대의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는 등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버티기 전략에 나섰다.

한편 밥 코커(공화·테네시)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24일 미국 CBS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물릴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면서 “명백한 권한 남용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남석·박준우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