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뉴스 지켜보는 시민들 25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미·북 정상회담 취소 뉴스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안갯속’ 고위급회담 더 지연
6·15공동행사 무산될 수도
판문점선언 비준동의도 차질

그동안 남북 정상 간 합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았던 ‘판문점 선언’도 미·북 정상회담 취소로 인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미·북 조율 과정의 어려움으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취소되는 등 남북관계가 미·북 관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미·북 관계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 판문점 선언 이행은 요원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는 당초 25일 한·미 공중 연합훈련인 ‘맥스선더’가 종료되면 다시 북한 측에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면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통일부를 중심으로 고위급 회담 재개를 계속 준비해 왔으나 또 다른 변수가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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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고위급 회담을 조속히 개최해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들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서는 다양한 남북 교류의 활성화를 합의했지만, 첫 단추인 남북 고위급 회담부터 난관에 부딪히면서 이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미·북 회담 조율에 어려움을 겪자 이해한다고 했던 맥스선더 훈련을 빌미 삼아 고위급 회담을 취소한 바 있다.

고위급 회담이 지연되면서 5월 중으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군 장성급 회담, 적십자 회담 등도 줄줄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 6·15 남북공동행사 등도 이미 추진돼야 할 시기지만 고위급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서 공동 행사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8월 15일 이산가족 상봉도 연기나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 해제가 불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천명해 왔고,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판문점 선언은 미·북 관계 개선 없이는 이행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양 측의 적대행위 금지는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이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미·북 관계가 계속 대립을 보이고 있다면 단계적인 군축 등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북 경협을 염두에 둔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개설도 유엔 대북 제재 해제가 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전혀 없을 수 있다. 개성 연락사무소를 통해 남북경협이 가능한 분야에 대한 연구 작업을 선행하고 제재 해제 이후 본격적인 경협을 추진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이를 위해 올해 가을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기도 했었다.

미·북 관계 개선이 없다면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를 통해 남북 간 평화·공존을 법제화하겠다는 청와대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여야의 충분한 합의를 위해 아직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 요청안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판문점 선언 이행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면 국회 비준 동의 가능성도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