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적이었던 美北회담 추진일지

北서 美인질 풀어주며 ‘온기’
양측, 회담 재고려 언급 ‘급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히며 ‘세기의 회담’ 시나리오는 77일 만에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25일 외교·안보 전문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연이은 핵·미사일 실험과 제재 강화로 치닫던 미·북 관계에 변화 조짐이 보인 것은 김 위원장이 1월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언급하면서부터다. 3월 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방북특사단은 김 위원장의 미·북 정상회담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전격 수락했다. 31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비밀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고 이 같은 분위기는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며 절정에 달했다. 북한은 이후 5월 9일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 때 그동안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을 석방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10일 회담 장소를 싱가포르라고 언급하며 정상회담 개최를 기정 사실화했다. 북한은 12일 5개국 기자들의 참관하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23∼25일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이 폐기한 핵·미사일 장비와 물질을 미국으로 가져오겠다고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북한은 볼턴 보좌관을 비난하며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거론했고 한·미연합공중훈련(맥스선더)을 문제 삼아 예정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의 ‘복귀 불가능 지점’에 도달하는 것을 봐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했고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펜스 부통령에게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며 정상회담을 재고려한다고 위협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는 형식으로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