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비핵화 계속 고집할듯
‘美-北 대화 중재할 것’ 전망도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 취소 발표, 북한의 대화 재개 요청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서도 아직 회담 재개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위해 ‘역할론’을 강조해온 중국이 미국과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는 한편 비핵화 방식 등에 대해 북한과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베이징(北京)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한반도 상황 전개에 대해 미국과 북한이 서로 자제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북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주장해왔다.

이런 대외적 입장 표명 속에서도 중국은 분주하게 향후 역할과 행보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북한 간 갈등 국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재개 가능성이 있는 미·북 협상에서의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과 더욱 밀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중국은 비핵화 방식에 대해 북한과 보조를 맞춰 단계적·동시적 조처를 계속 강조하면서 미국에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에 대한 확실한 체제 안전 보장 필요성을 적극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에 대해 24일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적정한 시기에 북한의 정당한 체제 안전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북한 입장에서도 대미 협상력 강화를 위해 중국이라는 ‘배경’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압박에 맞서기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 간 대화가 계속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 비핵화 자체는 미국과 중국의 공통분모이기 때문에 중국이 이를 고리로 양측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 돌변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배후론’까지 제기한 상황에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깃발을 직접 들고 나서기보다는 대북제재 유지를 강조하면서 물밑 움직임을 활발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