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7∼1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비공개로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를 갖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한 정의용(왼쪽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 AP 연합뉴스 뉴시스

- 3국 안보수장 긴급회동

南北·美北정상회담 앞두고
‘비핵화까지 압박계속’ 천명

‘반드시 얻어내야 할 것’ 등
회담전략 자세한 의견교환

‘일본패싱 없다… 공조 불변’
선제적 ‘對北메시지’ 의미도

한·미·일 안보수장의 긴급 회동은 남북 정상회담 및 미·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각국 정상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과정을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북한에는 한·미·일 간의 변함 없는 공조 의지를 보여주면서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일 때까지 압박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국제사회가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계속 소통을 하는 차원으로 보면 된다”며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각각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한 데 이어 국가안보회의(NSC) 담당자들이 회동한 것은 구체적인 의제 설정과 회담 전략 수립을 위한 본격적인 공조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회동이 한·미 간의 협의 중심으로 이뤄졌고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일본 패싱은 없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남북, 미·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본격화될 수 있는 북·중의 한·미·일 공조체제 균열 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회동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남북, 미·북 정상회담의 실질적인 핵심 이슈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북한 핵 폐기에 대한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던 전철을 그대로 밟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번에는 북한과의 대화를 ‘보텀 업’(bottom-up·상향식)이 아니라 ‘톱 다운’(top-down·하향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도 과거 합의가 깨진 과정 등을 복기하면서 이번 회담에 임하는 전략과 북한으로부터 반드시 얻어내야 할 것 등에 대해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별도 양자 협의를 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 접촉 결과를 자세히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북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 등을 정하기 위한 미·북 고위급 채널 가동을 앞두고 미국이 협상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최대한 빨리, 긴밀하게 공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고,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 직후 한·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 한·미·일 회동은 북한에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국의 독자적인 제재 해제 가능성 등을 기대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준 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유지하는 핵심 축이었다고 볼 수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강화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바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