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동맹국에도 무역압박 해와”

미국이 세탁기·태양광 패널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에 이어 53% 철강 수입 관세 부과안을 내놓는 등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 청와대는 외교안보 사안과 관련 없는 조치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국 조야와 한·미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철강 수입 규제안에 일본이 포함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정치적인 동기가 있다는 분석을 계속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무게를 둔 외교안보 정책 유지를 위해서 미국의 통상 압박 의미를 축소 해석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제조업에 이익이 된다면 군사 동맹국들에도 무역 압박을 해왔다”며 “이번 제재안도 결국 철강 수출을 하는 모든 나라가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호혜세(reciprocal tax)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을 모두 지목한 것도 청와대가 한국에 대한 압박이 특별히 강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근거다.

그러나 미국 조야에서는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등이 거론됐을 때부터 안보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계속 나왔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전쟁의 최종 타깃을 중국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이른바 ‘3불’(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불참·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불가·한미일 3국 군사동맹 불추진)을 약속했다. 이후 세이프가드 조치가 발동되고 철강 제재안이 발표되는 것에 대해 별개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외교 관계에 있어 안보와 통상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며 “경제 논리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해도 동맹국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는데 현재 한·미 당국 간 충분한 의견 교환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