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중 한국産 철강만 제재
TV·반도체·車도 압박 나설듯
잇단 메이드인코리아 때리기
트럼프發 경제리스크 최고조

靑 ‘정치적 배경은 없다’ 판단

미국의 통상압박이 한국산 제품 전방위로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발 경제 리스크(위험)’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19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특정 미국 기업이 한국 제품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고 판단하면 어떤 산업이든 고강도 규제에 나설 것”이라며 “한국산 반도체와 가전 등도 예외가 될 수 없고, 만약 반도체 등에 손을 댄다면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혔다.

한 경제계 고위인사도 “미국이 규제에 나선 한국산 세탁기와 철강은 미국 기업들이 정부에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온 품목”이라며 “TV·반도체·자동차 등도 미국 기업의 원성이 적지 않은 품목”이라고 말했다. 실제 코트라는 향후 미국의 수입규제 예상 품목으로 철강과 함께 자동차, 가전 등을 꼽았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17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높은 관세 또는 쿼터(할당) 부과를 제안하는 내용의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공개했다. 대미 수출 1위 캐나다를 비롯해 일본, 독일 등 동맹국은 제외하고 한국을 포함해 중국 등 12개국을 조사대상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압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론, 세탁기·태양광 모듈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 한국지엠 철수 공론화 등으로 이어져 왔다. 무엇보다 미국은 동맹국 가운데 유독 한국을 가혹하게 대하고 있다. 코트라 워싱턴 무역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대미 상품교역 흑자 규모가 16.99% 감소한 반면, 중국(8.13%)·일본(0.08%)·대만(26.69%)은 증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이른바 동맹국’(so-called allies)이라고 칭하면서 “무역에 관해선 동맹국이 아니다”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대미 문제를 기술적으로 잘 풀어간다는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미국의 통상 압박에 정치적 배경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은 동맹, 무역은 무역’이라는 기조 아래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만용·박정민·김병채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