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 상자에 담겨 국과수로… 하늘도 펑펑 울었다

서울청 광역수사대 전담
의료 과실 여부 집중 수사

18일 오전 7시쯤.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잇따라 숨진 신생아 4명의 시신이 부검을 위해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분원으로 향했다. 폭설이 쏟아지는 가운데 신생아들의 시신은 가로·세로 각각 30㎝ 남짓한 작은 하얀 종이상자에 담겨 영안실에서 나왔다. 부모들은 상자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한 유족은 슬픔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차마 아이의 시신이 든 상자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부모들은 숨진 아이들과 함께 앰뷸런스를 타고 국과수로 떠났다.

경찰은 이번 신생아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이날부터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전담하게 했다. 부검 집행까지만 양천경찰서에서 관할하고, 이후 사건 전체를 광수대로 넘겨 수사한다.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은 아직 원인을 알 수 없고, 병원 과실 의혹 등까지 제기되고 있어 의료사고 수사팀이 있는 광수대에 배당됐다. 경찰 관계자는 “미처 조사하지 않은 관계자들과 관련 서류 등을 조사할 예정이며, 필요하다면 당연히 병원 압수수색도 할 것”이라며 “이전에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했던 사고 등에 대해서도 별도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6일 오후 5시 40분쯤부터 오후 9시까지 4시간에 걸쳐 같은 구역에서 치료받던 4명의 신생아에게 순차적인 심정지가 발생했고 결국 사망했다. 특히 병원 측 대응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병원의 초동 대처가 적합했는지도 경찰의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숨진 신생아의 보호자가 경찰에 직접 신고했고, 보건소 통보조차 병원이 아닌 경찰이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심정지는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며 “처음에 (신생아 심정지가) 일어난 것을 가지고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예측하기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임산부들이 주로 활동하는 포털 사이트 육아 카페에서는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이번 달과 다음 달에도 진료 예정인데 사고 터지는 것을 보고 어떻게 믿을지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앞서 이대목동병원에선 지난 9월 요로감염으로 입원한 생후 5개월 된 영아에게 투여하던 수액에 날벌레가 죽은 채로 들어있던 것이 뒤늦게 발견됐다. 지난해 7월에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결핵 확진을 받은 일이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병원은 지난 10월 10일 제12회 임산부의 날을 맞아 대통령표창 등을 수상했다.

전현진·조재연 기자 jjin23@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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