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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 아는 가족이 했거나
흔적 지우려는 北소행일수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직접 운영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계정(왼쪽 사진)에 대한 접속이 중단(오른쪽)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말레이시아에서 숨진 김정남을 대신해 누군가 접속을 불가능하도록 설정을 변경했거나, 탈퇴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남 계정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가족이 나섰을 수도 있지만, 김정남 흔적을 지우려는 북한 당국의 소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남이 여권에서 사용한 것과 동일한 ‘김철’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해당 페이스북 계정은 이날 현재 “페이지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클릭하신 링크가 잘못되었거나 페이지가 제거되었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김정남은 페이스북에 마카오와 유럽 등지에서 찍은 다수의 본인 사진과 애완동물 사진 등을 게시했고, 본인을 모스크바의 프랑스 고교와 제네바 국제학교 등에서 공부하고 현재 마카오에 거주한다고 소개했다. 김정남이 페이스북 계정은 가명으로 만들었지만, 활동 내역은 비공개로 설정하지 않는 등 비교적 자유롭게 페이스북에 자신을 노출해 왔다.

하지만 김정남 사망 이후 갑자기 페이스북 계정 접속이 중단돼 누군가 고의로 계정 접근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남 행방이 상당수 노출되는 등 페이스북 활동이 암살로 이어졌다는 일각의 우려에 따라 그의 가족이 나서 계정을 차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의 행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중국 마카오에서의 행방도 드러나 있다”고 전했다. 김정남 페이스북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가족 누군가 또는 해킹에도 능숙하다고 알려진 아들 김한솔이 계정에 남긴 혹시 모를 단서나 추적 등을 차단하기 위해 미리 조치를 취한 것일 수 있다.

김정남의 피살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정찰총국이 ‘김정남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배제할 수 없다. 정찰총국은 간첩 양성과 요인 암살 대남 및 국외정보 수집과 공작업무뿐만 아니라 각종 해킹 및 사이버 공격에도 능한 곳이다. 사망한 김정남의 페이스북 계정이 다시금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그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김정남 페이스북 친구들의 증언 등이 이어지는 게 부담스러운 북한 당국이 해킹 등을 통해 계정을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김정남의 둘째 부인 이혜경 씨와 김한솔·솔희 남매는 이미 언론에 노출된 마카오 주거지를 떠나 은신한 것으로 보인다. 잠적한 김정남 가족들의 행방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