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부검 화학분석 착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피살 사건을 조사 중인 말레이시아 당국이 사인 확인을 위한 부검 결과물의 화학분석에 착수한 가운데 김정남의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종류와 암살 방법에도 촉각이 모이고 있다. 용의자로 잡힌 여성들의 범행 방식, 김정남이 호소한 증세, 사망까지의 시간 등의 정황 등을 토대로 하면 독극물 스프레이와 헝겊 천을 이용한 공격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7일 전문가들은 김정남의 시신에 아무런 주사 자국이 없었다는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보도 등을 종합해 김정남이 독침보다는 독극물 스프레이나 독극물이 묻은 헝겊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말레이시아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체포된) 두 명의 여성 중 한 명이 김정남에게 스프레이를 뿌린 뒤 다른 여성이 김정남 얼굴에 손수건을 대고 있으라는 얘기를 듣고 10초간 들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의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종류도 초미의 관심사다. 독극물 스프레이나 독액이 묻은 헝겊을 얼굴에 대는 방법으로 숨졌다면 청산가리로 불리는 사이안화칼륨(potassium cyanide)이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

사이안화칼륨은 황산 등 산과 결합하면 기화한다는 측면에서 스프레이를 통한 분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성이 청산가리보다 500배 정도 강한 사린가스도 거론된다.

VX 등 신경성 독가스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VX는 현재까지 알려진 독가스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력한 신경작용제다. 특히 이 가스는 호흡기와 눈,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바로 흡수되면 불과 몇 분 만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 독성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