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하안송 기자 song@

- 훙샹 독자제재 의미·전망

北核개발 지원 의혹 그룹
정밀타격식 본보기 제재

법무·재무 이례적 동시출격
‘多者→兩者’ 제재패턴도 깨

본격 제재확대 가능성 열어
안보리 미온적 中정부 압박

미국이 2005년 북한의 돈줄을 틀어쥐었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식 제재를 26일 11년 만에 다시 꺼내 들었다. 특히 미국은 처음으로 북한이 아닌 중국 기업을 제재대상으로 지정, 제3국 기관·개인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사실상 적용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이란에 적용됐던 최고 수위 제재로, 미국이 필요에 따라 추가적으로 중국 기업·개인을 직접 제재할 수 있다는 초강력 경고를 날린 셈이다. 그만큼 임기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워싱턴 외교가는 미국이 처음으로 중국 기업인 랴오닝훙샹(遼寧鴻祥)그룹의 핵심 자회사 단둥훙샹실업발전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2005년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북한 자산 2500만 달러를 동결했던 BDA는 마카오 은행이었는데, 이런 ‘정밀타격’식 제재를 중국 기업에 처음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법무부뿐만 아니라 재무부가 동시에 나선 점도 이례적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기업이 대북제재 ‘구멍’으로 작동하는 상황을 최대한 막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강한 의지가 실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가 지난 2월 의회가 통과시킨 대북제재 강화법안이 행정부 재량 사항으로 남겨놓았던 세컨더리 보이콧을 사실상 시행한 것이라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미·중 간 유례 없는 협력도 이뤄졌다. 중국이 미국의 제재 발표 이전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훙샹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 특히 미·중이 훙샹그룹을 본보기로 내세우면서 북한에 핵·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WMD) 관련 물자를 수출하는 기업을 제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중국 기업들이 북한과의 무역에서 ‘몸 사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효과 논란이 있었던 대북제재가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당장 BDA 사태 당시 “금융은 피와 같다. 지금 피가 얼어붙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던 북한은 이번 제재로 돈줄이 꽉 막힐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해외노동자의 본국 송금뿐 아니라 국경무역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대북제재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이번 조치가 미·중 협력 사례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중국 압박이 먹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이전에 독자적 제재에 나선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은 북한의 지난 1월 제4차 핵실험 이후에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 근거해 독자적 양자제재 조치를 취했는데, 이번에는 다자제재→양자제재로 이어졌던 기존 패턴을 깼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하고 있는 추가적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서 중국과의 협상이 어려워지자 양자제재 카드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이번 제재 조치에 대한 신중론에서 갑자기 적극론으로 기류가 바뀌었다”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 협상이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행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