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하안송 기자 song@

재무부 “北 核개발 지원 수뇌부 4명 자산동결”
법무부는 ‘돈세탁 혐의’ 기소·자금몰수 추진
2005년 ‘BDA式 제재’ 버금가는 효과 전망

미국이 26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전략 물자를 수출한 중국 기업인 랴오닝훙샹(遼寧鴻祥) 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단둥훙샹실업발전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중국 기업을 직접적인 제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개인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사실상 적용한 것으로,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에 버금 가는 제재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단둥훙샹실업발전과 훙샹그룹 최대 주주인 마샤오훙 대표 등 개인 4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제재대상에 오른 중국인 4명은 마 대표 외에도 단둥훙샹의 관리자인 저우젠수, 부관리자인 훙진화, 재무책임자인 뤄촨쉬 등이다. 이에 따라 단둥훙샹과 이 4명이 미국 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동결된다.

재무부는 “이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대상인 북한 조선광선은행을 대리해 대량파괴무기(WMD) 확산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조선광선은행은 지난 3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 근거, 제재대상으로 지정됐다. 앞서 미국은 이미 2009년 조선광선은행을 독자적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법무부도 이날 별도의 성명에서 “단둥훙샹과 중국인 4명을 국가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과 사기·돈세탁 모의 혐의 등으로 8월 초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는 이들 기관·개인의 자금 몰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단둥훙샹 등 5개 기업이 중국 내 12개 은행의 계좌 25개에 입금한 자금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보도했다.

법무부는 단둥훙샹 등이 이 계좌들에 총 7440만 달러(약 825억 원)를 입금했고, 이중 1560만 달러가 미국 내 은행을 통해 돈세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법무부는 이 같은 돈세탁에 뉴저지주의 스탠다드차타드 은행과 도이치뱅크 등 미국 금융기관 2곳도 이용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애덤 수빈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대행은 “이번 제재는 북한의 WMD 확산을 도왔던 핵심 거래망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미국 금융제도가 악용되는 일을 막고, 북한의 WMD 확산을 위한 거래망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앞으로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관·개인까지 제재

◇세컨더리 보이콧 = 직접적으로 불법적 행위를 한 기관·개인을 제재하는 ‘프라이머리 보이콧’과 달리, 불법행위에 관여된 기관·개인과 거래한 경우에도 제재를 적용하는 포괄적 조치다. 반면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는 자금세탁이라는 불법행위에 직접 관여한 BDA에 대한 직접적 제재다. 이 때문에 미국 재무부·법무부가 26일 부과한 랴오닝훙샹(遼寧鴻祥) 그룹의 핵심 자회사 단둥훙샹실업발전 등에 대한 제재는 BDA식 제재에 더 가깝다. 하지만 이번 제재가 제3국의 기관·개인을 제재한다는 점에서 실질적 효과는 세컨더리 보이콧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실제로 외교가에서는 2가지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