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구별 인구 편차 비율을 현행 ‘3 대 1’에서 ‘2 대 1’로 조정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인해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이 충돌하고 있다. 즉 헌법상 ‘표의 평등(등가)성’ 원칙이 강화된 반면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 ‘지역 대표성’ 원칙은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위기를 맞았다.

수도권에 위치한 수원시(면적 약 121㎢)는 현재 4개에서 5개 선거구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지만, 수원 면적의 34배(약 4096㎢)에 이르는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군은 다른 행정구역과 합쳐 6곳이 모여야 겨우 1석을 유지할 수 있다. 그밖에도 수도권 기초단체 1곳이 4∼5곳으로 쪼개지지만, 영·호남·강원은 4∼6곳이 하나로 되는 지역이 수두룩하다. 표의 등가성 때문에 지역 대표성이 밀린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정치권과 전문가 그룹에서는 우선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31일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인구비례에 의해 지역구 의석을 조정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이렇게 될 경우 지역 대표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해서 지역대표성을 강화시켜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원제 채택 주장도 나온다. 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하원은 인구기준으로 하더라도 지역별로 동일한 의원을 선출하는 상원을 두는 방식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영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양원제를 채택한 나라는 미국과 같은 연방제 국가가 대부분이어서 양원제의 현실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