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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안휘준 이사장이 재단 사무실 복도 벽에 걸려 있는 외규장각 의궤 반차도 사진 앞에서 프랑스가 병인양요때 약탈해간 조선왕실의궤가 어떻게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안휘준 이사장은 2012년 7월 설립된 국외소재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제의받았을 때 다소 망설였다고 한다. 우리 문화재를 환수하는 일이 ‘잘하면 당연하고 못하면 욕먹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재단을 맡으면 학자로서 ‘공부’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천여불수 반수기앙이(天與不受 反受其殃耳·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재앙이 되어 돌아온다는 뜻)’라는 평소, 가슴에 품어온 안중근 의사의 말을 좇아 이사장직을 받아들였지만 공부에서만큼은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2006년 서울대에서 정년퇴직하면서 앞으로 15권의 책을 더 내겠다고 말했다. 그 뒤 10권 가까이 책을 출간했는데, 퇴직 당시 만든 목록에 들어가지 않은 책들도 있어서 아직 내야 할 책이 10권이나 남았다. 이것이 나를 너무너무 속상하게 한다”고 그는 말했다.
재단 일로 바쁠 텐데, 어떻게 시간을 낼 수 있겠느냐고 묻자, 안 이사장은 공부를 위한 자신의 시간 활용법이 4가지 있다고 말했다. 한번 참고해볼까 귀를 기울였는데, 일반 사람들은 따라 할 수 없는 상당히 힘든 원칙이었다. 바로 ‘첫째 공부하고 관계없는 사회적 만남의 최소화, 둘째 토막시간의 선용, 셋째 수면 시간의 감축, 넷째 휴가의 포기’이다. 그는 동창회 같은 공부와 관계없는 모임은 되도록 가지 않고, 지금도 대개 오전 2, 3시에 잠자리에 들어 6시 30분이면 일어난다고 한다. “서울대를 퇴직할 때도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에 100일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다”고 하니 그는 공부에 관한 한 여전히 열혈 학자이다.
그렇게 평생 한국미술사를 파고든 그에게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당연히 한국 미술의 특성을 한 마디로 이야기할 수 없다. 역사 시기에 따라 다르고, 지역에 따라 다르고, 도자기냐 불상이냐 회화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로 하자면 자연스러움, 억지가 없는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로는 흔히 자연주의(naturalism)로 번역하는데, 이보다는 자연스러움(naturalness)에 가깝다. 억지가 없고, 누가 봐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그래서 애정이 느껴지고, 높은 격조가 감지되는 미술, 그것이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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