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문화재 환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니 국민들께서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다”며 “문화재는 사랑받을수록 빛나니 더 많이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안휘준(74)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을 만나 듣고 싶은 말이 많았다.

우선 쓰시마(對馬)섬 도난 불상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문화재 절도범이 쓰시마섬에서 불상 두 점을 훔쳐 밀반입하려다 적발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불상은 통일신라시대(동조여래입상)와 고려시대(관음보살좌상)에 제작된 수작인 데다 서산 부석사가 관음보살좌상의 원소유주라고 주장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뜨거워졌다.

현재 ‘접근 금지’ 딱지가 붙어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보관 중인 불상에 대해 한쪽에서는 일본이 약탈해간 문화재이니 반환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편에서는 강탈해갔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는 데다 절도라는 불법 행위의 결과인 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단순화하면 ‘반환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으로 요약되지만 논란의 장 안에는 약탈문화재 정의, 문화재 반환 근거, 환수의 현실적 방법 등 이분법으로 정리될 수 없는 여러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이 문제를 슬쩍 들어 올리면 그 아래엔 문화재가 사회적 뉴스거리가 되면 여론이 불같이 일지만 평소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문화재 환수를 주장하면서도 외국 박물관의 빈약한 한국실을 비판하며, 문화재를 찾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이를 위해 기부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엔 머뭇거리는,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태도가 고구마넝쿨처럼 줄줄이 드러난다. 그러니 국외로 유출된 한국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고 활용·홍보하기 위해 설립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수장(首將)을 만나 ‘이 모든 문제들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듣기에 최적의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안 이사장은 문화재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장기적 안목으로 대처해 소탐대실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한국회화사 연구를 개척한 1세대 학자로, 서울대 박물관장, 문화재위원장 등을 역임한 안 이사장은 이론과 현장 감각을 두루 갖춘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만만하면서도 현실적인 균형감각과 문화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향해 쓴소리도 마다치 않으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원칙론’에서 시작한 인터뷰는 문화재 환수와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두루 거쳐, 문화재는 결국 아껴주는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니 아낌없는 사랑을 해달라는 ‘애정론’으로 마무리됐다.

―현안인 만큼 도난 불상문제부터 질문하고 싶다. 어떻게 봐야 하나.

“서산은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고향으로 내가 문화재와 관련해 서산과 인연을 맺은 것이 40∼50년이 되는데 요즘 서산에 안 간다. 가면 이 문제에 대해 묻고 내 생각을 말하면 현지 언론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모든 문화재에는 한 가지 일관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불법 행위는 나라, 시대를 불문하고 일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적용 가능한 잣대이다. 쓰시마섬 불상이 들어왔을 때 정부가 손을 써서 돌려보냈어야 했다. (일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소장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반환해서는 안 된다는) 지방 법원의 판결로 복잡해졌지만 지금도 나는 이 문제가 풀리면 빨리 돌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당신들이 옛날에 불법 행위로 가져간 문화재도 우리처럼 반환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 서산 불상 하나를 내놓고 수많은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이 약탈한 문화재를 왜 돌려줘야 하냐는 주장이 대중적 정서와 맞닿아 있긴 한데.

“왜구가 노략질할 때 약탈해간 것이니 돌려줘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왜구들이 노략질을 많이 했고 약탈품 중에 고려불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 결정적인 문헌 기록이 발견되지 않아 약탈이라는 짐작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돌려받을 수 없다. 이번 불상도 바로 돌려보냈어야 했다. 문화재를 환수하라고 만든 재단의 이사장이 돌려줘야 한다고 하니 공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를 보내고 정당하게 수십만 개를 가져와야 한다. 문화재와 관련해 소탐대실해서는 안된다. 조금 늦어지더라도 완전하게 파악해놓고, 환수든 활용이든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해외문화재 실태파악이 재단의 가장 주요한 기본 업무인가.

“가장 화급한 업무이다. 국외 소재 우리 문화재는 15만6000여 점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그 실태가 정확하게 조사되지 않은 상태이다. 몇 점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재가 어느 시기의 것이냐, 종류는 무엇인가, 반출 경위는 약탈이냐 우호적인 관계로 나간 것이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조사를 하다 보면 해외문화재 규모도 30만 점이 될지, 50만 점이 될지 모른다. 재단은 지난 2년 간 1만여 점에 대한 실태 파악을 했다. 괄목할 만한 성과이다. 그동안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박물관 등 외국의 대표적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태파악을 했는데, 우리 재단은 개인소장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이 같은 실태 파악이 제대로 돼야 어떤 것을 환수해야 할지도 결정할 수 있다.”

―재단이 조사한 문화재 중에서 환수가 시급한 문화재, 반드시 환수해야 할 문화재가 있나.

“토기나, 흔한 민속품 등이 대부분으로 약탈 문화재가 분명하면서도 국보급·보물급은 많이 파악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국내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절대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외규장각 의궤 반환의 경우도 미리 공개되는 바람에 한 권밖에 돌려받지 못했다. 포커페이스를 하고 완전히 돌려받을 때까지 반응을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당시 우리 정부가 미흡하게 대처한 측면이 있다. 전문가 의견도 청취하지 않았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 대표는 문화재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통상교섭뿐 아니라 문화재 반환도 협상술이 필요하겠군요.

“당연하다. 환수의 경우 외교적 교섭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외교 공무원들도 문화재나 문화를 잘 알아야 한다. 외국 외교관들은 그런 훈련이 어느 정도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어떤 문화재가 환수 대상인가.

“우리 국민들은 국외 문화재에 대해 3가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첫째 외국 문화재는 모두 약탈문화재다, 둘째 무조건 환수해야 한다, 셋째 환수하되 우리 돈을 한 푼도 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외 문화재가 모두 약탈 문화재는 아니다. 외교 통상관계나 개인 간 선물같이 우호적인 경로로 나간 문화재도 상당수이다. 중국으로 간 문화재는 거의 외교적 관계의 결과이다. 그 중 환수해 와야 할 문화재는 지극히 제한돼 있다. 환수 대상은 약탈 문화재가 분명한 것, 우리에게 없는 문화재로, 우리 역사 복원에 꼭 필요한 문화재, 그리고 국보나 보물급에 해당하는 수준 높은 문화재이다. 나머지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현지에서 활용되는 것이 더 의미 있다. 환수도 국가와 국가 간 외교적 교섭을 통한 방법, 우리 돈을 들여서 사오는 방법, 빌려오거나 기탁받는 방법이 있는데, 정부 간 교섭을 통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환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엘리트층 안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답답하다.”

안 위원장이 이야기한 실태 파악과 반환의 성공적인 사례는 2013년 12월, 100여 년 간의 유랑을 끝내고 돌아온 조선시대 불화 ‘석가삼존도’를 꼽을 수 있다. 재단은 2013년 5월 국외 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미국 버지니아주 허미티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불화를 처음으로 발견, 박물관 측에 조심스럽게 반환을 제안했다. 결국 허미티지 측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보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 더 잘 보존되고 사랑받을 것으로 판단해, 기증을 최종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한 문화재 한 지킴이’ 사회공헌활동에 동참한 미국계 기업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허미티지 박물관에 박물관 운영기금을 기부했다.

―조용한 반환을 강조하는데, 문화재 반환 작업을 하는 혜문 스님은 당당하게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어떤가.

“특정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원칙을 말하고 싶다. 문화재 반환의 원칙은 거듭 이야기하지만 조용히 해야 한다. 사냥에 비유해 이야기하겠다. 호랑이나 사자가 양이나 사슴을 잡을 때 소란을 피우는가. 바스락 소리만 나도 도망가서 못 잡는다. 조용히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다 찬스가 왔을 때 잡는다. 문화재 환수도 비슷하다. 오랫동안 공을 들이고 기다려야 한다. 한, 두 건 돌아왔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앞으로 다른 문화재는 돌려받을 생각이 없다는 것과 같다. 문화재를 환수하는데 서두르고, 소란 피우면 그 해당 문화재는 성공적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문화재들은 다 숨는다. 한국문화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알자마자, 그 사람에게 약탈문화재니 돌려 달라고 하면 그 사람이 내놓겠는가. 이를 지켜보는 다른 기관과 개인들은 숨어버린다. 이를 절대 경계해야 한다.”

―민간 단체와 정부의 역할분담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정부와 민간이 똘똘 뭉쳐서 해야 한다. 중구난방으로 해서는 안된다. 통일된 방침하에서 상부상조해야지 틈이 벌어지면 안된다. 민간 측은 실태파악이 이뤄질 때까지 참고 기다려 달라. 실태를 파악한 뒤에는 개인이나 민간 단체에 요청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재단은 실태를 파악한 뒤 당연히 그 문화재를 찾으려면 소장가가 한국의 누구와 친한가, 누구를 통하면 감정을 상하지 않고 돌려받을 수 있는지, 또 어떤 방법이 우호적이고 건설적인지 등을 검토한다. 만약 개인이나 민간이 나서는 것이 더 좋으면 도움을 청할 것이다. 절대 몇 개 문화재만 갖고 소란스럽게 하지 말자. 국외 문화재는 최소 15만6000여 점이다. 그 문화재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넓고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환수와 활용의 비중은 어떤가. 바람직한 현지 활용은.

“환수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현지 활용이라는 말을 쓰는데, 환수와 현지 활용은 똑같이 중요하다. 국외로 나가 있는 문화재 중 상당수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외규장각 도서처럼 사장(死藏)돼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많은 문화재가 지하 수장고에서 통곡하고 있다. 이들이 전시돼, 그곳 국민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 문화재를 소장, 관리하는 곳은 다른 나라, 다른 기관들로, 우리가 직접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 박물관 큐레이터를 초청해, 혹시 우리 문화재가 있는지 점검해달라고, 만약 있다면 활용해달라고 요청하고, 그중에서 보존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있으면 우리 예산, 우리 인력으로 온전하게 복원해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교류가 빈번해지면 외국 박물관의 한국실은 더 풍성해질 것이다. 환수 이상으로 현지 활용이 중요하다.”

―환수된 문화재의 사후 관리는 잘 되고 있나.

“외국에서 환수받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어떤 방법으로 돌아왔건 돌아온 문화재는 모두 우리의 아들 딸이다. 이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무책임한 부모와 다를 바 없다. 국민들에게 돌아온 문화재를 알려야 하고, 돌려준 측에는 충분히 고마움을 표해야 한다. 그래야 돌려줄 위치에 있는 나라들이 돌려줄 맛이 난다. 재단이 지난해 11월 ‘돌아온 문화재 총서’1로 ‘왜관수도원으로 돌아온 겸재 정선 화첩’을 펴내고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겸재 정선 화첩 전시를 연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겸재 정선 화첩은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노르베르트 베버 대수도원장이 1925년 한국 방문 중에 수집해 독일로 가져간 것으로, 왜관수도원 선지훈 신부의 노력으로 2005년 10월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으로부터 영구 대여 형식으로 한국의 왜관 수도원에 반환됐다.

―환수, 활용, 사후관리까지 할 일이 많은데.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초대이사장으로서 재단을 이끌면서 3부족 현상이 너무 심하다. 인력 부족, 예산 부족, 시설 부족이다. 시설만 봐도 문화재에 관한 일체의 도서를 소장하고, 국민들에게 서비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비할 공간이 없다. 하지만 문화재를 환수하라고 만들었는데 환수는 안 하고 요구만 한다고 생각할까 해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국민들이나 정부의 인식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지 않나. 다행스러운 것은 주변에 도와주려는 기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나 고맙고 기쁜 일인지 모른다.”

안 이사장은 연간 예산이나 연구인력이 얼마나 되기에 ‘3부족’이라고 하냐고 묻자, 너무 부족해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함께 있던 직원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예산은 인건비를 포함해 30억 원, 전 세계 흩어진 문화재를 실태 조사할 정규직원은 3명에 불과했다. 안 이사장은 이 같은 조건이라면 국외 문화재 실태 파악의 경우, 빨리 잡아도 최소 10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며 “정부 기관 중 가장 돈을 아껴쓰고 효율적으로 쓰는 기관이다. 어려운 여건에서 우리가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과 함께 문화재 반환도 양국 간 주요 이슈이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문화재도 한 부분을 차지했다. 당시 한국이 3000∼4000점 정도의 반환을 요청했는데, 1432점만 돌아왔다. 우리들이 원한 것만 뽑아서 돌려준 것도 아니다. 알맹이만 돌아온 것이 아니라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물건도 끼어있었다. 당시 우리에게는 한계가 있었다. 실태 파악을 제대로 못했고, 무엇보다 경제 협력이 다급한 상황이어서 문화재를 갖고 비토 놓을 수 없었다. 약자의 숙명이었다. 다시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문화재를 올바로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

―일본 약탈 문화재에 대해서는 민족적 정서도 피할 수 없다. 일본 약탈 문화재를 바라보는 원칙이라면.

“일본이 국외 소재 문화재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 7만 점 가까운 문화재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개인 소장품까지 합하면 실제 수는 몇 곱절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양국관계가 경색되면서 정부 대 정부 간 환수는 기대 난망이다. 이럴 때일수록 문화와 문화재 쪽의 틈새를 활용해야 한다. 과거사와 별도로 현재 일본 문화인들 중에는 양심적이고 반듯한 사람들도 많다. 일본이 왜 우리 문화재를 갖고 갔겠나. 물론 돈이 될 듯해서 갖고 가기도 했지만 우리 문화의 높은 수준을 알고 아꼈기 때문에 갖고 간 측면도 있을 것이다. 괴롭지만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네 할아버지가 도둑놈이니 너도 도둑놈’이라고 몰아붙여서는 문화재를 돌려받을 수 없다. ‘당신들이 우리 문화를 아껴주는 것은 참 고맙지만 갖고 간 것은 불법 행위니 신사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 재단의 계획은.

“특별할 것 없이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대로 더욱 열심히, 더욱 활발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계획 아래 폭넓게 보고, 장기적인 작업들을 해나가겠다. 국외 문화재의 실태를 파악하는 일은 시간이 걸린다. 눈에 띄게 업적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그 작업을 해나갈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공로를 홍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해외 문화재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국민이 많아지도록, 또 개인적인 사장(私藏)이나 수장고에 먼지만 쓰고 있는 수 많은 문화재들이 해외 박물관이나 기관들을 통해서 빛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만들겠다. 우선 부족한 인력은 외부 전문가를 최대한 활용하고, 부족한 예산은 현명하게 쓰고, 시설이 없는 것은 참으며 ‘3고(苦)’의 길을 가야 한다. 당장 구체적인 행사라면 반환 문화재 사후 관리 작업의 일환으로 겸재 정선 화첩에 이어, 11월 데라우치(寺內) 문고를 갖고 전시, 학술대회 등을 열 계획이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이 가져온 데라우치 문고는 조선 초대 총독을 지내고 일본 총리대신을 역임한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가 수집한 자료이다. 왜 일본 것을 갖고 하느냐고 욕먹을 수도 있지만, 가장 많은 양의 문화재, 가장 좋은 작품이 나가 있는 곳이 일본이다. 문화재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욕을 먹더라도 국민들에게 그 내용을 알리고 싶다. 한·일 관계에 가늘고 약하지만 빛이 비치게 하고 싶기도 하다.”

―문화재와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화재는 우리 민족의 창의성, 지혜, 슬기, 사상, 철학, 종교가 다 들어가 있는 총체적 화신이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소중한 것을 갖고도 소중한 줄 몰랐다. 먹고 살기 바빠 문화재가 왜 소중한지, 어떤 문화재가 소중한지 알지 못했다. 정부가 해야 할 3대 과제라면 국토방위, 국민 보호와 함께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지켜 후손에게 전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공무원들은 이를 절실하게 깨닫고, 정책을 세워주길 바라며 국민들은 문화재를 아껴줬으면 한다. 역사적으로 분명한 사실은 인재와 문화재는 아껴주는 쪽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아껴주지 않으면 그쪽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문화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사랑을 아끼지 말아 달라.”

인터뷰=최현미 차장(문화부)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