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마친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교수가 백팩을 메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 거리에 나서고 있다.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세바스찬 승 교수는 지난 12일 황창규 KT 회장의 초청으로 한국땅을 밟았다. KT가 승 교수의 ‘아이와이어(EyeWire)’ 프로젝트를 돕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아이와이어’란 쥐의 망막(Eye)에 연결된 뇌 신경세포(뉴런)들의 연결상태(Wire), 즉 커넥톰을 밝히는 게임을 말한다. 승 교수가 직접 고안해냈다. 컴퓨터가 인공지능으로 파악한 연결상태를 토대로 그 오류를 찾는 역할을 시민 참여 과학자(게임 유저)들에게 맡긴다. 집단 지성, 크라우드(Crowd) R&D라고도 할 수 있다. 컴퓨터 화면에서 신경세포를 이어주는 부분에 색칠을 하면 복잡한 뇌 지도를 3차원 이미지로 만들어가는데 작은 도움을 주게 된다. 인공지능의 시각적 인지 능력은 아직 사람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70∼80% 자동 완성한 그림의 잘못을 찾아내 화면에서 고쳐주는 것이다.

유치원 아이들의 그림책 색칠하기와 비슷하다. 승 교수는 방한 강연에서 이 게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컴퓨터 게임 좋아하시죠? 앵그리버드는 재미있지만 가끔 돼지를 향해 쏘는 게 시간낭비처럼 느껴집니다. 아이와이어 게임은 뇌지도를 작성하는 세계 최초의 게임입니다. 하면 할수록 과학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색칠공부 기억나시죠? 어렵지 않아요. 한가지 색깔로 칠해나가면 됩니다. 단, 선 밖으로 나가지 않게 조심해야 하죠. 아이와이어도 색칠하기와 비슷합니다. 시작하면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지 보여줄 겁니다. 클릭하면 색칠해져요. 한 장 한 장 윤곽선을 따라서 쭉 이어서 색칠하면 입체 3D 이미지가 완성됩니다. 모두 색칠했다고 생각하면 끝냄 버튼을 누르고 점수받고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아이와이어 게임은 단기적으로 쥐 망막의 특정 구간을 설정해 348개의 뉴런 구조(유형과 연결 상태 등)를 파악하는 게 목표다. 왜 쥐의 망막인가. 쥐 망막 뉴런의 연결은 인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예쁜꼬마선충→쥐→사람의 순서로 차례차례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지금 속도로 아이와이어는 1주일에 3개의 쥐 망막 뉴런 그리기를 완성하고 있다. 구간 내 뉴런 중 85개가 완성됐다. 남은 뉴런은 263개. 하지만 현재대로라면 모두 끝내는데 2년 걸린다. 승 교수가 KT와 손을 잡고 한국 네티즌들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한 이유다. 그는 “우리 한국인에겐 아주 특별한 장점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열심히 빨리빨리 일한다는 거다”며 “우리 게임도 열심히 하면 빨리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단순한 게임에 벌써 전 세계 130개국에서 14만 명이 등록했어요. 정말 재미있을까? 아이와이어에 세계 다른 사람들과 채팅하는 창이 있어요. ‘네 시간 앉아있었어. 춥고 배고픈데 움직일 수 없어…’하는 말이 올라와요. 중독현상입니다. 플레이어들의 이름과 점수, 어느 나라인지까지 승률을 보여주거든요. 많은 이들이 아이와이어에 신경쓰고 있다니 정말 좋아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신경과학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와이어가 기존 목록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뉴런을 발견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말은 바로 이 게임을 통해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종류의 뉴런을 볼 수 있다는 거죠.”

아이와이어 게임은 3D 지원 등을 위해 크롬(Chrome) 브라우저로 접속한 뒤, 홈페이지(http://eyewire.org/)를 찾아 들어가면 된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