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인터뷰 룸에서 과학혁명으로 불리는 ‘커넥톰’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커넥톰에 대해 전 세계 인류 중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후천적인 뇌신경계 연결지도라고 설명했다.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뇌의 지도. 인간의 뇌 속에 지도가 있을까?’

한국계 미국 뇌신경 과학자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47) 프린스턴대 교수를 인터뷰하러 가기 오래전부터 들던 의문이다. 75만 조회수를 기록 중인 그의 유명한 2010년 7월 영국 옥스퍼드대 TED 강연 ‘나는 나의 커넥톰이다(I‘m My Connectome)’를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2012년 출간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논픽션 부문 10대 도서에 선정된 ‘커넥톰, 뇌의 지도’(2014·김영사)도 읽어봤지만 궁금증은 더 커지고 말았다.

승 교수의 ‘커넥톰’ 연구는 인간 게놈(genome·유전체) 프로젝트 이후 최대의 과학혁명으로 불리고 있다. 게놈 프로젝트란 인체의 유전정보를 지닌 게놈을 해독해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 유전자 배열을 분석하는 연구 작업을 말한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세포핵 속에 있는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의 집합체를 뜻한다. 생명현상을 결정짓기 때문에 흔히 ‘생물의 설계도’ 또는 ‘생명의 책’으로 비유된다.

유전자 지도가 생물학적으로 이미 결정된, 즉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형질의 배열순서를 뜻한다면 커넥톰은 후천적인 뇌신경계 연결지도이다. 뒤에 상세하게 설명하겠지만 커넥톰 역시 게놈처럼 70억 인류 중 같은 사람이 단 하나도 없이 전부 다르다. 그러나 일평생 고정적이지 않고 뇌의 활동 여부에 따라 신경의 연결상태, 달리 말해 배선도가 바뀐다. 잦은 생각과 강한 경험은 굵은 배선을 만든다. 반대인 경우 연결은 끊어진다. 이를 ‘4R’이라 부른다. 신경들은 그들 간 연결의 세기를 강화 혹은 약화시키고(재조정·Reweight), 새 연결을 하거나 헌 연결을 끊고(재연결·Reconnect), 신경가지가 자라거나 줄어들고(재배선·Rewire), 오래된 신경은 죽고 새 신경이 생기는(재생·Regeneration) 과정을 통해 뇌 속 지도를 바꿔나간다. 나는 나의 게놈이자, 나의 커넥톰이다. 하지만 어제의 커넥톰은 오늘의 커넥톰과 분명 다를 것이다. 게놈이 운명론자라면, 커넥톰은 자유의지론자인 셈이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본사 6층 VIP룸에서 승 교수와 대면했다. 그는 황창규 KT 회장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이날 오전에 강연과 ‘아이와이어(EyeWire)’ 협력 조인식 행사를 막 마친 참이었다. 170㎝를 조금 넘는 신장에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한 몸매, 웃음기를 머금은 단호한 표정은 흡사 미국 서바이벌 TV게임쇼에 출연한 한국계 모델과 같은 ‘훈남’ 인상을 안겨줬다. 하지만 대화를 시작하자 날카로운 눈매에 활달한 손짓 제스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설명과 상대를 배려하는 친절한 매너 등 하버드대 이론물리학 박사 출신에 벨연구소,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유수 연구기관을 거쳐 젊은 나이에 MIT 및 프린스턴대 교수에 오른 영재임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텍사스에서 자란 승 교수는 몇 번의 한국 방문 끝에 한국어를 조금 배웠지만 모국어인 영어가 역시 제일 편하다. 서투른 한국말과 통역의 도움을 섞어 그의 의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부터 물어보았다.

―한마디로 ‘커넥톰’이 뭡니까. 뇌의 지도라면서요.

“인간의 뇌 속에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가 있고, 이들은 시냅스(Synapse·접합부)로 연결돼 있습니다. 뉴런 간 시냅스는 자극의 빈도에 따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합니다. 외부에서 자극(빛·소리 등)을 받으면 뉴런은 시냅스를 통해 이웃 뉴런에 전기 혹은 화학 신호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정 자극에 대해 최초 뉴런이 어느 뉴런과 연결되는지, 그 모양과 패턴은 어떠한지를 파악해 전체 뉴런들의 연결망(네트워크)을 그린 것이 커넥톰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항공사 취항지도를 생각하면 됩니다. 장거리 비행기에 타면 심심해서 잡지를 뒤적이게 되잖아요? 그때 맨 뒤 페이지를 보면 그 항공사가 운항 중인 도시들을 연결하는 선이 그어져 있죠. 그게 바로 연결망입니다. 도시를 뉴런이라 여기면 됩니다. 하지만, 수 백개 도시의 연결지도보다는 1000억 개 뉴런의 연결지도는 훨씬 복잡하겠죠?(커넥톰은 네트워크의 회선수만 150조 개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한번 인간의 뇌를 회로에 비유한다면 그 배선도를 말하는 겁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연결패턴이죠.”

1000억 개의 뉴런 개수는 대략 우리 은하계에 있는 별의 숫자와 일치한다. 인간의 뇌를 ‘소우주’로 표현하는 수사법이 합당하다면, 승 교수의 커넥톰 연구는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광대한 우주의 지도를 그려야 할 원정탐험대의 고난도 임무에 비교할 만할 것이다. 지름 30㎝도 안되는 두개골에 담긴 뇌, 그 가장 바깥 조직인 신피질에만 200억 개의 뉴런이 있다. 이들은 각각 평균 7000개씩 다른 뉴런과 연결돼 있다. 뇌 전체로 보면 약 150조 개를 넘는 연결 경로가 관찰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커넥톰은 승 교수님이 만든 개념인가요.

“커넥톰이란 단어는 2006년에 탄생했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훨씬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대학에서 이론 물리학을 공부하던 저는 살아있는 물질과 죽은 물질, 의식이 있는 물질과 없는 물질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는 벽에 부딪혔습니다. 1990년대 들어 유럽에서는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간 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라는 10억 유로짜리 연구가 시작됐어요. 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 뇌의 시뮬레이션을 성공시키겠다는 플랜이죠. 저는 우주의 물질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분야로 갔다가 유럽 연구에 자극받아 뇌, 더 구체적으로 신경계를 수학공식으로 치환하는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개별 뉴런은 방정식 모델로 구성할 수 있었지만, 뉴런 간 연결은 상호관계를 알지 못하는 한 공식으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신경계 시뮬레이션을 만드는데 실패하고 한때 우울증에 걸릴 정도였죠. 또 실제 인간의 뇌와 동떨어진 수학 이론만 캐고 있다는 반성도 들었어요. 방향을 바꾸어 커넥톰을 본격 연구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 바로 2006년 초였습니다. 뇌 속 뉴런 간의 연결을 연구하는 학문, 커넥토믹스(Connectomics)란 용어도 생겨났지요.”

―구체적으로 커넥톰을 어떻게 그립니까.

“인간의 뇌는 아직 도전하기 너무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래서 훨씬 쉬운 단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최초의 완성된 커넥톰 지도는 1986년 나왔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이란 길이 1밀리미터(㎜)의 분홍색 벌레입니다. 302개의 뉴런과 그 시냅스 연결 7000여 개에 대해 남아프리카 생물학자 시드니 브레너 박사팀이 10여 년의 고생 끝에 구조를 완전히 밝혀낸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예쁜꼬마선충을 50나노미터(nm·나노는 10억분의 1)의 두께로 얇게 잘라 그 슬라이스의 2차원 사진을 찍어갔습니다. 두께 2나노미터의 다이어몬드 칼로 자른 이 슬라이스 사진들을 쭉 쌓아올려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면 뉴런의 줄기가 어떻게 뻗어 가는지 그 모양을 알 수 있습니다. 3차원(3D) 입체 지도가 생기는 거죠. 현재는 쥐의 망막 특정 구간을 잘라 348개 뉴런 커넥톰을 완성하는 ‘아이와이어’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외부 자극으로부터 시각은 어떻게 뇌에 인식되는지, 전달과정은 어떠한지, 한마디로 ‘본다’는 감각을 이해하는 일이지요. 한 2년 남았습니다. 이게 끝나면 더 큰 부위, 더욱 고등한 동물로 올라가 궁극적으로 인간 뇌의 커넥톰에 도전할 겁니다. 과학이 빠르게 발달하고 있으니 20∼30년 안에 완성될 거라고 믿습니다.”

―쥐의 망막 커넥톰을 완성하면 얻는 게 뭡니까.

“시각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죠. 그동안의 연구로도 벌써 얻은 게 있습니다. 우린 안구에서 외부 빛의 자극을 수용하고 망막에서 대뇌로 신호가 전달돼 사물을 시각적으로 인식한다고 여겨왔습니다. 망막을 그냥 단순 전달자로 파악한 거죠. 그런데 쥐의 망막 커넥톰 연구에서 ‘본다’는 작용이 망막 뉴런에서 이미 시작된다는 걸 파악했어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물체가 있다고 해요. 이 물체처럼 뉴런 간 연결도 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거예요. 반대 방향은 없어요. 결국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자극만을 담당하는 뉴런 연결이 따로 있는 셈이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는 움직임을 전담하는 뉴런 연결도 있겠지요. 현재 우린 상황은 알지만 논리적으로 설명은 완벽하게 못하고 있습니다. 또하나 얻은 예를 들어볼게요. 시각을 점점 잃는 녹내장이란 병이 있죠? 특정 유형의 뉴런 사망이 녹내장을 초래한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구체적으로 20개 타입에 달하는 갱글리안셀(신경절 세포)의 죽음이 시각 상실을 가져오는 겁니다. 어떤 유형이 먼저 죽고 어떤 게 나중에 죽는지 등 기전을 알아내면 치료법 개발도 가능해지겠지요.”

―‘커넥톰’은 죽은 뇌의 뉴런 연결도를 그리는 작업이라는데, 살아있는 뇌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게 낫지 않나요.

“(크게 웃으며) 그게 바로 ‘커넥톰’에 대한 가장 큰 비판입니다. 주로 살아있는 뇌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죽은 뇌를 연구하는 이들을 비판하죠. 잠깐 설명이 필요하네요. 우선, 현재로선 커넥톰을 발견하려면 죽은 뇌의 이미지를 분석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유를 해보죠.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해 로마의 폼페이 시가 용암과 화산재로 뒤덮인 고고학적 사건을 아시죠? 폼페이 시의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거슬러가 살아 돌아다니는 폼페이 시민을 관찰할 수도 있지만 폼페이 유적을 조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폼페이 유적은 폼페이 시민 생활상의 정지샷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목욕하다가, 화장실에 있다가, 심지어 사랑을 나누다가 그대로 굳어버린 화석들은 폼페이 시에 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활동을 하고 살았는지 스틸사진처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둘째, 살아있는 뇌의 활동을 연구하려면 지금은 자기공명장치(MRI)같은 전자 영상기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활동들은 뉴런의 전기신호를 의미합니다. 화를 내다가 웃다가, 삶의 의미를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갑자기 시시껄렁한 연속극을 보는 것 같은 연속적인 의식의 흐름입니다. 살아있는 뇌의 활동을 관찰하는 작업은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며 변화무쌍하게 흘러가는 시냇물의 법칙을 파악하려는 일과 같습니다. 반면, 커넥톰은 의식의 흐름이 만든 강바닥(하상·河床)입니다. 흐름이 크거나 물살이 거센 강바닥은 그만큼 크고 깊을 것입니다. 시냇물에 비해 강바닥은 안정적이지만 불변적이지도 않습니다. 물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모양을 바꿉니다. 생각이 바뀌면 뇌 신경의 연결(커넥톰)이 바뀌고, 결국 당신의 자아와 인생이 바뀌는 겁니다.”

여기서 커넥톰과 비교되는 다른 뇌 지도 작성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외형상의 지리적 경계를 확정하는 연구론이다. 19세기에 유행했던 골상학의 본질은 기관의 외형에 천착하는 것이었다. 두개골의 크기, 안구의 색깔 등 겉으로 드러나는 인체의 특징을 살피는 방법이다. 뇌의 영역을 구분하는데도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유효했다.

뇌는 크게 대뇌와 소뇌, 뇌간으로 나뉜다. 전체 뇌 부피의 85%를 차지하는 대뇌에서도 가장 손쉽게 구분되는 부위는 흔히 감정·직관 등 창의력을 주관한다는 우뇌와 논리·계산 등 이성을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좌뇌이다. 좌·우뇌는 뇌량이라는 신경다발로 묶여 있다. 대뇌 피질의 홈을 따라 구분하면 다시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측두엽의 4곳으로 나눌 수 있다. 뇌 손상을 입은 환자를 대상으로 행해진 의학적 연구결과에 따라 알려진 유명한 뇌 영역은 브로카 영역이다. 이곳을 손상당한 환자는 실어증에 걸리는 등 언어능력에 심각한 장애가 생긴다. 말을 하는 능력을 상실한 경우를 ‘브로카 실어증’이라 부르는 이유다.

둘째는 뇌 속을 촬영하는 전자 영상기기를 이용해 측량도를 그리는 방법이다. 기능자기공명영상(fMRI)과 양전자방출단층사진(PET), MRI의 특수한 변형인 확산텐서영상(DTI)이 대표적인 장비다. 이를 이용한 학문을 광유전학이라 한다.

광유전학은 특정 행동이나 활성을 유도해 뇌의 기능을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빨라야 초 단위로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순간의 뇌 활성을 측정할 순 있지만, 변화과정은 잴 수 없다. 또 해상도(사물을 구분해 보는 능력)가 높지 않아 자세히 보는 데 한계가 있다. fMRI와 PET는 약 2∼4㎜ 정도의 뇌 영역을 구분할 수 있다. 가장 성능이 뛰어난 MRI는 이보다 약간 나은 1㎜ 정도를 구분할 수 있다.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은 뇌파(EEG)와 뇌자도(MEG) 등 전자기 신호 분석으로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뇌 속 전기적 변화를 한순간 촬영한 스틸 사진이란 기초개념에 바탕하고 있어 구조적·기능적 연구를 하기 어렵다.

커넥톰이 뇌 속 신경세포(뉴런) 간 연결에 주목하게 된 것은 뇌 가소성 원리를 발견하고부터다. 골상학에서 말한 브로카 영역처럼 뇌는 ‘특정 영역이 특정 기능을 도맡아 한다’는 생각이 오래 학계를 지배했다. 그런데 임상사례에서 뇌의 일부가 망가져도 다른 영역이 그 일을 대체하곤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특정 영역이 망가져도 특별히 많은 링크를 보유하는 ‘허브’를 통해 우회(바이패스)하면 손상 영역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결성(네트워크 이론)에 점차 초점이 맞춰지고 커넥톰이란 개념도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뷰가 슬슬 말미에 왔다는 느낌에 가벼운 질문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젊은 후배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한국에선 사람들이 순수과학 같은 학문보다 돈 잘 벌고 폼나는 직업을 쫓는 것 같아요. 물론 돈을 벌려는 욕망 자체는 그릇된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이 왔을 때 궁극적으로 돈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을 위해 살지 않은데 대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알아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교에서 보면 학점을 잘 받는 학생들 중에도 자기 진로나 열정의 방향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많아요. 자꾸만 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내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험을 쌓고, 낯선 일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세상을 진짜로 알아가야 나중에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책은 아무리 새롭다 해도 이미 지난 일들이 기록된 것입니다. 인생에서 과연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해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게 중요합니다. 철학적인 사고가 중요하다는 말이죠. 너무 많은 경쟁 속에 서두르며 가다가 자기 자신을 잃게 되면 곤란하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같은 좋은 대학에서 다시 프린스턴대로 옮긴 이유가 궁금합니다.

“(웃으며) 교수들도 운동선수 같아요.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곳으로 이적하는 거죠. 프린스턴대가 뉴로사이언스(신경과학)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새 건물을 세우고 교수진도 신규 선발했습니다. 제 ‘커넥톰’ 공동 연구진도 상당수 프린스턴에 소속돼 있구요. 그런 이유입니다.”

그는 미국에 돌아가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할 거냐고 묻자 “어린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행복해질 것”이라고 ‘딸 바보’ 면모를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인터뷰를 마치고도 ‘지금까지 읽어본 과학책 중에 가장 어렵다’고 투덜대자, 승 교수는 “뇌과학 자체가 어려워서 그래요. 좌절할 필요 없어요. 뇌가 원래 복잡 신비한 것이거든요. 저도 연구 도중에 숱하게 좌절하고 실망하지만 희망의 뉴런은 늘 켜놓지요”라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인터뷰=노성열 차장(경제산업부)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