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생방송으로 전해지는 끔찍한 뉴스를 보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집단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

사고 이후 TV에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은 대부분 결방이다. 콘서트와 공연, 축제 등 문화행사도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그 자리에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구조작업, 시신으로 인양되는 실종자, 오열하는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를 전하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은 꿈 많은 청소년들을 차가운 바닷물에서 죽게 내버려뒀다는 자괴감, 이런 후진국형 참사를 막지 못한 해운사와 정부를 향한 분노, 나와 내 가족도 이런 끔찍한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공포심 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단원고 학부모들과 비슷한 연령대인 40·50대는 희생된 고등학생들을 생각하면 마치 자신의 자녀가 같은 사고를 당한 것처럼 충격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은 둔 A(여·43) 씨는 “뉴스를 보면 굉장히 불안하고 가슴이 뛰면서 계속 눈물이 나온다”며 “학교 수학여행에 아들을 절대로 보내고 싶지 않고, 단체활동에서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는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아고라 등 각종 인터넷 매체에도 세월호 침몰 사고를 슬퍼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30대 가정주부는 인터넷 게시판에 “한 명이라도 더 구조되길 바라는 마음에 며칠째 잠을 자지 못하고 생방송만 지켜보고 있다”며 “승객들을 구하지 않고 먼저 탈출한 선장이나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지적하는 뉴스가 나오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56) 씨는 “지난 주말 결혼식에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남의 집 경사에 와서 사람들이 거의 세월호 사고 얘기를 하면서 애도하다 갔다”며 “지금은 어딜 가나 즐겁지도 않고, 즐거워할 수도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단원고가 위치한 경기 안산시 고잔동 거주 주민들도 집단적으로 충격을 받고 동네 전체에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