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곳서 만나는 동물과의 교감… 테마파크의 진화는 계속된다

이미지 크게보기 맹수 사파리 ‘와일드 사파리’에서 만날 수 있는 사자.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사자들은 스페셜투어 관람객들이 탄 차에 거침없이 뛰어올라 포효한다.

테마파크는 날로 진화합니다. 꽃은 점점 더 화려해지고, 퍼레이드는 길어지며, 불꽃놀이는 거대해집니다. 테마파크의 아찔한 놀이기구들도 갈수록 더 높아지고 경사도는 급해집니다. 동물원도 예외는 아닙니다. 과거의 동물원은 쇠창살 밖에서 먼발치의 동물을 관람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때는 그것만으로도 놀라웠습니다. 그러나 이제 동물들과의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게 야생의 자연을 재현한 동물들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사파리투어입니다. 에버랜드에는 맹수들을 둘러보는 ‘와일드 사파리’와 초식동물의 공간인 ‘로스트 밸리’가 있습니다. 한 해 동안 무려 210만 명을 끌어들이는 대성공을 거둔 로스트 밸리에 특수 제작된 소형 수륙양용차를 타고 이동하는 ‘스페셜투어’가 15일부터 선보였습니다. 와일드 사파리의 스페셜투어와 짝을 이루는, 로스트 밸리의 이른바 ‘프리미엄급’ 투어인 셈입니다. 지프형 차량으로 맹수의 코앞까지 다가서는 섬뜩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와일드 사파리의 스페셜투어라면, 창을 없애고 지붕까지 개방한 수륙양용 차량을 타고 초식동물에게 먹이를 주며 교감할 수 있는 게 로스트 밸리의 스페셜투어입니다. 로스트 밸리와 와일드 사파리. 두 곳을 스페셜투어로 돌아보고 그 매력을 비교해 봤습니다.

# 로스트 밸리…새롭게 동물을 만나는 공간

꼭 1년 전쯤 선보인 에버랜드의 ‘초식동물 사파리’ 로스트 밸리는 상식을 뛰어넘은 새로운 시도였다. 사파리라면 호랑이나 사자 등의 맹수를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초식동물 사파리는 낯설었다. 수륙양용 차량을 타고 물길을 건너간다는 관람방식도 일찍이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것이었다. 주변의 경관을 감안해 동물들을 배치하는 새로 도입한 ‘몰입전시기법’도 새로운 실험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 1년 동안 로스트 밸리를 찾은 누적 관람객만 무려 210만 명에 달했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뜨거워 맹수들을 관람하는 와일드 사파리보다 로스트 밸리의 대기시간이 늘 더 길었다. 사파리 관람 고객들이 와일드 사파리와 로스트 밸리로 분산되니 고객들의 만족도도 더 높아졌다.

그리고 꼭 1년 만에 로스트 밸리는 프리미엄 투어를 선보였다. 소규모 관람 인원으로 진행하는 이른바 스페셜투어다. 우선 네덜란드 DTA사가 사파리용으로 특별 주문 제작한 소형 수륙양용차를 도입했다. 소형 차량은 길이 5.6m, 폭 1.9m로 기존의 지프형 차량보다 조금 더 큰 정도다. 애초에 동물과의 교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만큼 창은 없고, 지붕도 완전하게 개방됐다. 기존의 로스트 밸리 관람차량에는 40명이 탑승하는데 이 차량에는 관람객 6명만 탈 수 있다. 소형 수륙양용차는 물에서도 자유자재로 이동한다. 기존의 관람차량이 물에서 스크루를 동력원으로 삼았다면 소형 수륙양용차는 제트스키처럼 워터제트 엔진이 분사하는 물의 힘으로 이동한다.

로스트 밸리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생태형 사파리’를 지향한다는 점. 펜스나 철망 등을 설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동물들의 활동성을 강화해 야생과 거의 비슷한 환경에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에버랜드의 이른바 ‘스타 동물’을 손에 닿을 듯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좋아’ ‘안녕’ 등 7가지 단어를 자유자재로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와 18마리 새끼를 출산해 기네스북에 오른 기린 ‘장순이’, 그리고 로스트 밸리가 캐릭터로 삼은 백사자가 대표적이다. 로스트 밸리에는 이 밖에도 낙타, 바바리양, 일런드, 무플론, 얼룩말, 꽃사슴, 아프리카 당나귀 등의 동물들이 어울려 생활하며 관람객을 맞고 있다.

기존의 대형 수륙양용차로도 이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지만, 스페셜투어 차량을 이용하면 훨씬 더 가깝게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다. 스페셜투어 차량의 경우 지상고가 1.5m로 기존 대형 차량의 절반 수준. 얼룩말이나 무플른, 바바리양 등과 눈을 맞추며 먹이를 주는 즐거움이 각별한 건 이 때문이다. 지붕이 개방돼 있어 자리에서 일어서 기린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다. 차량이 작은 만큼 이동이 자유로워 동물의 움직임에 맞춰 가장 근접한 자리를 찾아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게다가 로스트 밸리 스페셜투어의 체험시간은 기존 투어의 두 배에 달하는 30분. 그러니 로스트 밸리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동물과의 만남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 스페셜투어…개방감이 만들어내는 교감

스페셜투어 도입과 함께 로스트 밸리가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대기동선’이었다. 요즘 같은 나들이철이면 로스트 밸리 관람을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 기다리는 게 예사였다. 대기동선에서의 지루함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바위너구리, 미어캣, 포큐파인 등 작은 동물들을 동선에 배치해 놓았지만, 이것만으로는 지루함을 떨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로스트 밸리 대기동선에 못 보던 것들이 생겼다. 대기동선에서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가상체험 서비스를 새로 선보인 것. 대기공간에 대형 멀티미디어 스크린을 설치해 로스트 밸리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을 미리 체험해 보는 공간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화면을 통해 펼쳐지는 힘겨루기를 하는 코뿔소나 아기얼룩말의 재롱 등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아직 가동하지는 않았지만, 가상체험 서비스 중에는 가상의 동물들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대기동선의 끝부분쯤에서 초고화질 TV를 설치해 놓고 동물 영상을 상영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10대의 초고화질 TV 화면을 통해 파노라마 동물 영상이 상영됐는데, 미세한 동물의 털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아낸 화면은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스페셜투어 고객 전용 대기공간은 테이블과 소파 등을 배치해 쾌적했다. 대기실에서 나와 소형 수륙양용차에 올랐다. 차량은 다부지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경유차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량은 조용했다. 막상 자리에 앉아보니 개방감이 대단했다. 차의 지붕이 없고 창이 없으니 시야를 가리는 게 아무것도 없다. 자리에서 일어서면 개방감은 더했다. 만일 동물들이 돌진이라도 한다면 어찌 될까 걱정될 정도였다.

차량을 타고 로스트 밸리 입구를 지나면 낙타와 무플론, 산양들이 사는 사막지역이다. 스페셜투어는 만나는 동물마다 먹이주기 체험이 진행된다. 눈높이를 맞춘 순한 동물들이 먹이를 받아먹었다. 사막지역에서 동굴을 통과하면 이내 푸른 물이 넘실대는 수로다. 수륙양용차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포말을 일으키며 물로 들어간다.

차량이 작아서 그런지 차 앞유리창까지 물이 넘실거리는 게 기존의 대형 차량보다 더 스릴이 느껴졌다. 수로에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인 동물 관람이 시작된다. 수로 왼편은 맹수들이 서식하는 와일드 사파리의 공간이다. 바위에 올라앉은 백사자들이 느긋하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리 맹수라 해도 물길 건너편에 있으니 두려움보다는 맹수 특유의 기품이 느껴진다.

차량이 수로에서 나오면 이제부터 온통 초식동물들이다. 먹이를 내밀자 겁 많은 얼룩말은 조심조심 다가오는데, 목을 길게 뺀 기린들은 성큼성큼 주저없이 다가와서는 막무가내로 머리를 들이민다. 코앞까지 다가온 기린이 긴 혀로 들고 있던 청경채 이파리를 훑어간다.

스페셜투어의 마지막 순서는 코뿔소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이었다. 우리 옆에 매달아 놓은 북을 두드리자 코뿔소 무리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우두머리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깍둑썰기 한 사과를 나무에 꽂아 우리 안으로 밀어넣자 코뿔소가 코앞까지 다가와 덥석 물었다. 낯선 동물인 코뿔소를 가까이서 보는 것만 해도 흥미로운데, 먹이까지 주면서 교감하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 맹수를 코앞에서 만나다…와일드 사파리

두근두근…. 호랑이와 사자, 불곰 등의 맹수를 관람하는 와일드 사파리는 늘 가슴 두근거리는 경험이다. 그중에서도 7인승 지프형 승용차로 진행되는 스페셜투어는 대형버스 사파리와는 아예 격이 달랐다. 동물들의 습성을 관찰하는 버스 사파리가 밀폐된 공간에서의 ‘관람’이라면, 차창을 내리고 코앞에서 맹수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지프 사파리는 ‘야생 체험’에 가까웠다. 호랑이와 사자는 거침없이 차량 보닛까지 튀어올랐고, 코앞에서 쉭쉭 숨소리를 냈으며, 우두둑 먹이를 씹었다. 맹수가 어슬렁거리며 차창으로 다가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 보일 때마다 흠칫 놀랐고, 목 깊은 곳에서 끌어낸 소리로 나지막이 그르렁거릴 때는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까지 들리는 듯했다.

바위 위에 느긋하게 올라앉아 먼 곳을 응시하던 사자의 무리 중 한 놈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프차의 보닛으로 훌쩍 올라왔다. 육중한 무게로 일순 차가 출렁거렸다. 차를 멈추자 사자는 이내 보닛을 타고 차 지붕 위로 올라갔다. 머리 위에서 발소리가 느껴졌다. 차창을 내리고 먹이로 싣고 온 닭고기를 긴 집게로 집어 철망 밖으로 슬쩍 내밀었다. 차량이 사파리로 진입하기 전부터, 아니 차를 타기 이전부터 동행한 사육사는 주의사항을 몇 번이고 반복한 터였다. “손이 철장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집게를 든 손이 움츠려졌다.

순간 지붕 위의 사자가 차창 쪽으로 고개를 숙여 이쪽을 바라봤다. 차창을 가린 철책 사이로 맹수의 푸른 눈과 딱 마주쳤다. 쉬익쉬익∼ 거친 숨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이빨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순식간에 닭고기를 채 간 사자가 지붕 위로 사라졌다. 우두둑 우두둑…. 차 위에서 뼈를 씹는 소리가 들려왔다.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테마파크 에버랜드에서 맹수 사파리야말로 최고의 인기시설이다. 파크 내 수많은 놀이시설 중에서 관람 대기줄이 가장 길다는 것만으로도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 1976년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7000만 명이 맹수 사파리를 관람했다. 지난해 초식동물 사파리인 로스트 밸리가 들어선 뒤에는 ‘최고’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지만, 그래도 코앞에서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의 맹수와 만날 수 있는 맹수 사파리의 매력은 관람객들을 사로잡는다.

# 로스트 밸리 VS 와일드 사파리

와일드 사파리의 매력이라면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그리고 탄력 있는 근육의 동물을 코앞에서 만날 수 있다는 가슴 떨리는 경험이 첫손에 꼽히지만, 맹수의 습성과 무리생활의 이야기도 이에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우두머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맹수들끼리의 혈투, 혹은 암컷을 두고 벌이는 대결 등 맹수의 생활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관람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런 이야기들은 기초적인 맹수의 습성 등을 일러주는 40인승 대형버스 투어보다는, 7인승 지프차로 진행하는 스페셜투어가 훨씬 더 개별적이고 생생하다.

맹수 사파리 스페셜투어는 이른바 ‘프리미엄급’ 사파리투어다. 기존의 버스 투어가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면 별도의 추가비용 없이 즐길 수 있다면, 스페셜투어는 따로 적잖은 비용을 내야 한다. 비용은 좀 부담스럽지만 이용해 본 이들은 너나없이 ‘그 값을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가족단위로 탑승해 오붓하게 사파리를 즐길 수 있는 데다, 사육사겸 운전사로부터 맹수의 생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맹수의 코앞에서 직접 닭고기 먹이를 주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관람시간도 25분이니 버스 사파리의 두 배쯤 된다. 사파리 내의 동선이 따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탑승자의 관심도에 따라 사육사가 재량껏 시간과 동선을 정해서 즉석에서 움직이기도 한다. 개체별로 특성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육사들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맹수 한 마리 한 마리 앞으로 다가가 이름과 성격 등을 설명해 준다. 전날 어떤 맹수들이 서로 싸웠고, 누가 이겼으며, 이 두 마리의 힘겨루기를 또 어떤 놈이 주시하고 있었는지 등을 생생하게 이야기해 준다.

호랑이와 사자, 불곰은 저마다 관람객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단독 생활을 하는 호랑이는 조심스럽다. 먹이를 봐도 냉큼 달려들지 않는다. 이리저리 주위를 살피다가 날렵하게 먹이를 채간다. ‘비호(飛虎)’라는 말이 딱 맞다. 상대방을 노려보며 정물처럼 있다가 갑자기 달려드는 모습이 섬뜩하다. 반면 집단 생활을 하는 사자는 드러내놓고 먹이를 탐한다. 무리지어 차량을 따라 붙기도 하고, 차량의 속도에 맞춰 경주를 하듯 내달리는 것도 예사다. 한꺼번에 차량을 향해 공격을 해오는 일도 있다. 같은 종이라고 해도 점잖은 놈이 있고, 신경질적인 놈이 있다. 스페셜투어는 동물에 따라, 혹은 개체에 따라 저마다의 특성에 맞춰 능숙하게 진행됐다.

지프차로 진행하는 스페셜투어는 야생 맹수들의 습성을 가까이서 즐기는 만큼, 안전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차창을 철창으로 감싼 건 기본 중의 기본. 간혹 영리한 불곰이 차 문 손잡이를 열 것을 우려해 손잡이도 철망으로 감쌌다. 지프형 차량의 보닛이나 지붕에는 수시로 호랑이나 사자가 뛰어 올라오니 강철로 덧댔다. 그럼에도 간혹 맹수들이 차로 달려들어 이곳저곳을 물어뜯는 통에 차량 곳곳에는 발톱과 이빨 자국이 남아있다. 특히 앞타이어 쪽에는 둥근 철판을 덧대서 아예 맹수들이 물어뜯을 수 없도록 했고, 뒷타이어에도 철망을 감쌌다. 여기다가 맹수별로 습성을 파악하고 있는 사육사들의 능숙한 안전관리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높은 인기 탓에 대기시간이 길다는 것만 감수한다면 자유입장권으로 초식동물 사파리 로스트 밸리와 맹수 사파리인 와일드 사파리, 둘 모두를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페셜투어는 어떤 쪽이 더 나을까. 두 곳의 스페셜투어를 둘러본 나름의 결론. 저학년 어린이들에게는 로스트 밸리가 낫겠고, 청소년쯤이라면 로스트 밸리와 와일드 사파리로 취향이 반반쯤 갈릴 듯하다. 그렇다면 어른은. 로스트 밸리도 나무랄 데 없지만, 와일드 사파리쪽이 좀 더 나을 듯하다.

용인 = 글·사진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에버랜드 초식동물 사파리 ‘로스트 밸리’에서 소형 수륙양용차량을 탄 ‘스페셜투어’ 관람객들이 기린을 관람하고 있다. 창이 없고 천장을 개방한 스페셜투어 차량은 동물들과의 교감을 극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