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호암호수를 끼고 있는 전통정원 희원의 돌담에 벚꽃이 만개한 지난 주말의 모습. 호수 부근의 벚꽃은 지고 말았지만 앞산의 산벚은 아직도 한창이다.

4월 중순 무렵이면 에버랜드를 끼고 있는 호암호수 부근 경관이 연중 가장 아름다울 때다. 호암호수의 본래 이름은 ‘삼만육천지’. 인공으로 조성한 호수의 수면적이 ‘3만6000평’이래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에버랜드 직원들은 ‘앞산’이라고 부르는 호암호수를 끼고 있는 야산은 봄이면 화려한 산벚으로 가득 찬다. 벚꽃의 탐스러움만으로 본다면 웬만큼 이름난 벚꽃 명소보다 훨씬 더 낫다. 도시 전체가 벚꽃으로 치장하는 경남 진해와 경북 경주를 빼고나면 호암호 주변의 벚꽃을 능가할 만한 곳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영동고속도로 마성나들목에서 에버랜드까지 이어지는 도로변의 탐스러운 벚꽃은 지난 주말 만개했다가 다 지고 말았지만, 호암호수를 끼고 있는 앞산의 산벚은 이제 한창이다. 앞산에는 벚나무가 어찌나 촘촘하게 심어졌던지 산의 절반이 마치 흰 물감을 쏟은 듯 벚꽃으로 가득 찬다. 이른 아침 맑은 호수의 수면에 산벚꽃이 반영되는 경관은 감탄이 터져나올 정도다.

산벚이 만개할 무렵 추천할 만한 곳은 호암미술관이다. 미술관에서는 지금 기획전 ‘동자, 순수와 행복의 얼굴’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옛 그림과 도자기 등에 동자가 그려지거나 새겨진 수준 높은 작품들만 골라서 전시하고 있다. 양송당 김 씨의 ‘동자견려도’ 등의 보물도 여럿 전시돼 있다. 작품의 수준도 수준이지만 전시 형태와 구성도 다채롭다. 미술관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은 전시장 2층의 창이다. 앞산을 향해 3개의 큰 창이 나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운데 창 앞의 의자에 앉아 앞산에 물든 산벚을 보는 맛이 그만이다. 미술관 뒤편의 후원에는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매화가 있다. 올해는 후원 매화의 개화가 늦어 벚꽃과 거의 동시에 꽃망울을 터뜨렸다.

미술관 아래쪽의 전통정원인 ‘희원’도 신록으로 화사하다. 벚꽃은 다 졌지만 자그마한 연못과 정자 곁의 신록으로 물든 버드나무며 기와로 장식한 돌담과 십장생이 그려진 꽃담의 정취가 그만이다. 정원 곳곳에 세워놓은 다양한 표정을 한 문인석과 무인석, 마애불, 벅수 등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희원에서 미술관으로 향하는 얕은 언덕 아래 들어선 커피숍의 야외테라스에서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잘 생긴 희원의 소나무숲을 근경으로, 앞산에 만개한 산벚을 원경으로 바라보는 맛도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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