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실시된 의료계 집단휴진 이후 일부 의사들이 의사 전용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휴진에 불참한 동료 의사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비난하는 이른바 ‘마녀사냥’에 나서는 등 집단휴진을 둘러싼 의사들 간의 반목이 심해지는 모습이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10일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사들 중 일부가 의사 전용 포털사이트인 ‘닥플’과 의사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의협 플라자’ 등에 휴진에 불참한 의사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나섰다.

대전 지역 개원의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회원은 ‘우리 자랑스러운 분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휴진에 불참한 지역 의사 수십 명의 명단과 소속 병원 이름, 전화번호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휴진 불참 의사 명단 게시글에는 ‘퉤퉤’ ‘당신을 증오하고 있소’ ‘나쁜 색희’ 등의 인신 공격성 댓글과 욕이 달렸고 일부 의사들은 ‘휴진에 불참한 의사들에게 벌금을 걷어 대신 내게 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전공의와 개원의들 간 비방글도 적지 않았다. 전공의들은 10일 집단휴진 당시 휴진율이 낮았던 개원의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한 전공의는 ‘선배 의사 새×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휴진 참여율이 29%인 선배 새×들이 후배 레지던트들한테 선동질하는 꼬라지 보면 역겹다. 니들이 젊을 때는 도대체 뭐하고 있다 후배들한테 투쟁해라 이래라 참견질이냐, 입 닫고 있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의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선배들이 개판쳐서 싸질러놓은 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호 비방에 일부에서는 정부가 오는 24일 2차 집단휴진을 앞두고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을 동원해 의사들 간 분열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한 관계자는 “10일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5991곳, 휴진율은 20.9%로 당초 예상보다 낮았다”며 “2차 휴진을 앞두고 의사들 간의 이견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