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유로존이 ‘혼돈의 2012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일본은 과연 지난해 동북아를 들끓게 했던 극우 외교 정책의 칼날을 또다시 휘두를까. 유로존은 최악의 위기국면을 넘기고 은행연합, 재정연합에 합의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일본과 유로존이 직면한 정치, 외교, 경제 이슈를 점검해본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은 2013년 한국을 포함해 동북아 정세를 결정할 최대 변수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말부터 자민당 총선 공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허용, 평화헌법 개정, 국방군 보유를 주장하며 ‘군대를 갖는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약속했다. 또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호칭)의 날을 중앙정부 행사로 격상하고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경찰을 상주시키겠다며 동북아 영토 분쟁을 예고했다.

최근 한·중 양국과의 관계 악화가 정권 초기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다케시마의 날 행사와 센카쿠 열도 경찰 상주 공약을 유보하며 한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보수 성향, 우경화되는 사회 분위기, 아베 정권을 탄생시킨 보수적 유권자의 기대를 고려할 때 극우 정책과 이로 인한 동북아 갈등은 아베 총리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혹은 예상치 못한 돌발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 정책은 아베 정권의 성패를 가르며, 아베 총리가 최근 5, 6년간 일본 정치에서 계속되고 있는 1년짜리 단명 총리의 운명에서 벗어날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극우 공약과 동북아 갈등 = 일본 내외 언론의 분석을 종합하면 외교·국방·안보와 관련된 아베 정부의 극우 정책은 7월 참의원 선거까지 유보될 가능성이 높다. 최소 그때까지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294석을 확보해 연립 공명당(31석)과 합해 전체 480석의 3분의 2 의석을 차지했지만 참의원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1당이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여론을 설득해야 하지만 정작 자민당 정당 지지율은 20%대에 불과해 평화헌법 개정 등을 힘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참의원 과반 의석이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과 영토 갈등까지 발생할 경우 아베 정권 전체가 뒤흔들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이 센카쿠에 경찰을 상주시킬 경우 중국은 무력시위는 물론, 무역제재 등 전면적인 보복전을 벌일 것이 뻔하다.

이에 아베 총리도 참의원 선거까지는 경제와 민생 현안에 집중해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헌법 개정 등은 참의원 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부가 극우 정책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한·중과 한꺼번에 두 개의 전쟁을 벌이기 어렵다는 점을 미뤄볼 때 한국보다는 중국과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일본이 미국과 연대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데다 중국은 여전히 공세 수위를 늦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도 해양감시선을 센카쿠 영해 안으로 진입시키고 때때로 항공기를 센카쿠 부근에 접근시키고 있다. 아베 총리의 극우 공약에 한껏 고무된 보수 유권자들이 언제까지 기다려줄지도 미지수이다. 한편 경기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국민의 불만이 높아질 경우 지지율 만회를 위해 극우 카드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아베노믹스의 명암 =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무제한 금융 완화, 대규모 토목 건설 등 고강도 경기부양책이다. 시장에 돈을 풀어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향후 10년간 200조 엔으로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에 대비한 대규모 공공사업을 벌여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이달 열리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인 인플레이션(물가) 목표를 2%로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그렇지 않으면 일본은행법을 개정해 일본은행과 물가 목표에 대한 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이 물가 목표를 2%로 높이지 않으면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아베노믹스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이미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해치고,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부추겨 결국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금융 완화가 글로벌 환율 전쟁을 유도할 수 있고, 일본 기업들이 엔화 약세를 업고 수출 경쟁력을 회복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