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제인 하먼 미국 우드로 윌슨 센터 회장은 지난해 12월 21일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역사적 역할과 함께 여성 리더십 개발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멘토 역할도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인 하먼 우드로 윌슨 센터 회장은 만나자마자 “콩그레추레이션(축하한다)”이라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축하를 건넸고, 무엇보다 한국의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선출을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기뻐했다.

그는 “한국의 이번 대선은 역사적 사건이자 놀라운 진보”라고 평가하면서 “2016년 미국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먼 회장은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고, 미국을 방문하게 되면 우드로 윌슨 센터에 미국 연방 하원 여성 의원들을 모두 모아 강연을 들을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하먼 회장은 여성 의원에게 벽이 높은 미국 워싱턴 정치 무대에서 아홉 번이나 하원 의원을 역임했다. 하원에서는 줄곧 국방위, 정보위, 국토안보위에 몸담아 안보와 국방 관련 국내외 주요 현안을 다뤘다. 의원직을 던지고 우드로 윌슨 센터 회장으로 옮길 때도 그에게 인생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18대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문화일보는 워싱턴 DC의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우드로 윌슨 센터 8층 회장실에서 하먼 회장과 2013년 신년특집 인터뷰를 하고 여성 리더십과 한국 사회, 동북아시아 정세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한국의 18대 대통령에 선출됐다.

“역사적인 사건이다. 나는 지금 너무 들떠 있다. 어제까지 세계에는 20명의 여성 지도자가 있었는데, 오늘은 박 당선인까지 21명이 됐다. 그들은 출신 배경과 연령, 성장 환경과 상황이 모두 다르다. 정치적 관점도 같지 않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존재 자체가 전 세계 여성들에게는 커다란 힘이 된다. 세계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많아질수록, 여성들의 도전들도 늘어날 것이다. 젊은 여성들은 정치적 경력을 쌓기 위해 나설 것이고, 활발하게 각 분야로 진출해 나갈 것이다.”

―박 당선인을 만난 적이 있는가.

“서울에서 2012년 6월에 만났다. 우드로 윌슨 센터와 함께 지난 2006년부터 북한 국제문제 조사사업(NKIDP)을 진행 중인 경남대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협력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박 당선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공공정책 부문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대단히 사려 깊었고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암살로 잃었다. 결혼도 하지 않았고 직계 가족도 없다. 한국의 유권자들이 그렇게 많은 희생을 했던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고 놀라운 진보다. 그를 알게 될수록 관심이 끌린다.”

―한국과 서울에 대한 인상은.

“사실 한국 방문은 두 번째다. 15년 전쯤 서울에 갔는데, 그때의 기억 속 모습과 지금의 서울은 너무나도 달랐다. 발전된 모습은 물론이고 활기가 넘치는 완전히 다른 도시였다. 경제 성장에 대해 정말로 축하 인사를 건넨다. 사실 나는 지금 박 후보의 당선으로 마음이 들뜨고 흥분된 상태다. 한국 경제는 아주 인상적이고, 발전된 서울은 놀라웠다. 1997년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북한 식량지원을 점검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어둡고 침침한 도시였다. 그런데 최근 평양에서 누군가 사진과 함께 실린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그때와 달라진 모습이 없었다.”

―북한 얘기가 나왔으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높다. 북한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골칫거리인데, 의도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된다. 첫째로 김일성 주석의 100번째 생일을 기념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약속한 ‘강성대국’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고 본다. 둘째는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실패로 끝난 지난해 4월 미사일 발사 실험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행보라고 생각한다. 또 나는 북한이 박근혜 후보가 아니라 문재인 후보가 한국의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보는데,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원인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미국에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가 있다. 북한은 미국과 직접 대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군사적 위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에서 성공했을 정도로 수준이 뛰어나다. 문제는 북한과 이란이 친하다는 사실이다. 이란은 핵무기 소형화 기술을 갖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과 이란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이 결합한다면 그것은 최악의 조합이 된다. 이란과 북한 두 나라가 세계를 함께 위협하는 상황이 너무나 염려스럽다.”

―한국의 외교·안보·국방 정책을 위해 조언해줄 말이 있다면.

“한국은 미국의 훌륭한 친구다. 한·미 관계는 앞으로도 튼튼한 토대가 계속 유지되리라고 본다. 나는 미국인이고 현재는 의회에 있지 않아 한국에 특별히 조언을 해줄 입장은 아니다. 박 당선인에게는 한국에서의 중요한 역사적 역할과 함께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여성들의 리더십 개발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많은 젊은 여성들의 멘토가 될 것이다. 한국에는 우수한 여대가 많은데, 한 번 강연을 하고 여대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한국의 여성들은 좋은 교육을 받은 똑똑하고 우수한 인재들이다. 여성은 지구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그것은 세상의 50%가 넘는 인재풀이 여성으로 이뤄져 있다는 의미다. 우드로 윌슨 센터는 개별 국가들이 2050년까지 공공서비스 인력의 50%를 여성으로 고용하는 선언을 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도 이 같은 프로그램에 동참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여성 리더들은 인류의 절반인 여성들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 주는 데 나서야 한다.”

―앞으로 2016년에 혹시 미국에서 세계 여성 대통령 정상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굿 아이디어다. 현재 머릿속에 박 당선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이 떠오른다. 아마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나갈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우리도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기를 희망한다. 여성 대통령과 총리들이 모여 정상회의를 하는 상황이 정말 기대된다.”

―의회나 정부로 돌아가 다시 일할 생각은.

“없다. 나는 하원에서 아홉 번의 임기를 보냈다. 국제·안보 현안, 기후·환경변화 문제, 세계 여성 리더십 지원, 보건·건강, 냉전시대 역사연구 등 활발한 연구 및 지원활동을 벌이는 우드로 윌슨 센터 회장 직무에 보람을 느낀다. 워싱턴 DC에서 정치 비평 및 칼럼니스트 일도 하고 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박 당선인에게 지면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는 한국의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이다. 나는 그가 그런 사실을 자랑스러워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미국의 여성들은 박 당선인을 너무나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앞으로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미국을 방문할 때 우드로 윌슨 센터로 초청을 하고 싶다. 세계의 많은 대통령이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강연을 했다. 사실 박 당선인 측에 이미 편지를 보내 언젠가 우드로 윌슨 센터로 모시고 강연을 듣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박 당선인이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강연을 하면 우리로서는 커다란 영광이다. 그날 미국 연방 하원의 모든 여성 의원을 모아 그의 강연을 듣고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아주 특별한 기념행사를 기획할 생각이다.”

글·사진 = 워싱턴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