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김택기 전 의원이 25일 선거운동 조직책에게 현금 4000여만원을 자동차 트렁크에서 전달하는 모습이 선관위에 적발되면서 여야간에 ‘금권 선거’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 전 의원이 이날 공천을 반납하자 즉각 수용하는 등 이번 사건이 선거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돈 선거의 부활’이라며 한나라당 지도부가 직접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압박에 나섰다.

선관위는 이날 김 전 의원이 직접 차량 트렁크에서 1000만원권 수표 1장과 현금 3100만원 등 4100만원을 선거운동 조직책 김모씨에게 전달하는 장면을 현장에서 적발, 김 전 의원과 김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김 전 의원은 선거법 230조 매수 및 이해 유도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결론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김 전 의원은 25일 당에 공천반납 의사를 밝혔고, 한나라당은 이를 즉각 수용했다. 총선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시점에 ‘중대 악재’가 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조윤선 대변인은 “이번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고 김택기 후보에 대해 엄중 경고를 내렸다”며 “김 후보 스스로 공천자격을 반납했고, 이날 중으로 후속 후보자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금전과 관련된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입장”이라며 이번 사건이 4·9 총선에서 악재로 작용하지 않도록 후폭풍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도 “금전문제는 당에서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김택기 후보는 애당초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탈당도 많이 했고, 경선불복도 했고, 자동차보험 사장 시절 ‘국회 노동위 돈봉투 사건’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았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앞으로 후보들이 더욱 조심하도록 각별히 당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통합민주당 대변인은 “철새공천 논란을 빚은 사람이 금권선거까지 획책하다 적발된 전형적 부정선거”라며 “본인의 후보 사퇴뿐 아니라 한나라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회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철새공천과 금권선거는 한나라당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같은 오만이 거듭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견제세력으로서 건강한 야당을 선택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은경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 나간들 별 수 있겠느냐”며 “‘형님공천’, ‘철새공천’, ‘계파공천’, ‘밀실공천’으로 얼룩진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가 결국 금권선거나 일삼는 부패공천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