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4일 강원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선거구 한나라당 예비후보자 김택기씨의 선거운동조직책인 B씨의 차량에서 김씨로부터 건네받은 수표와 현금, 전달 대상자로 추정되는 명단을 압수해 살펴보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공

18대 총선 후보 등록을 시작하는 첫날인 25일 한나라당 예비후보인 김택기(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전 의원이 자신의 선거운동 조직책들에게 직접 거액의 돈보따리를 건네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이에따라 김 전 의원은 한나라당에 공천을 반납했고, 당은 이를 즉각 수용했다.

이에 대해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등 야당들은 “금권선거까지 획책하다 적발된 전형적 부정선거”라며 반발하고 나서 총선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김 후보가 강원도 정선지역에서 금품살포 현장을 선관위에 적발당해 자진해서 공천권을 반납했다”며 “향후 금품관련 비리가 적발될 경우 해당 후보를 엄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중 이 지역 공천 후보자를 신속하게 확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본인의 후보 사퇴 뿐 아니라 한나라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회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강원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예비후보인 김 전 의원이 정선군 북평면 농협중앙회 옆 건물 주차장에서 선거 운동원 B(41)씨에게 돈 다발을 전달하는 현장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지난 24일 정선군 한 건물에서 선거대책회의를 개최한 뒤 오후 6시20분쯤 건물 주차장에서 직접 차량 트렁크에서 돈다발을 꺼내 B씨에게 건넸다. 이후 김 전 의원은 현장을 벗어났으며 선관위 단속 요원은 B씨를 추적, 북평면 남평문화마을 입구 길에서 경찰과 함께 B씨를 붙잡았다. 조사 결과 B씨의 차량 안에서는 1000만원짜리 수표 한장과 현금 3100만원이 발견됐다. 현금 3100만원은 500만원 다발 2개와 100만원 묶음 8개, 20만∼30만원씩 묶여진 현금 다발 22개 등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선관위측은 현금 다발이 금액을 달리해 묶여 있던 점과 B씨의 차량에서 유권자 등의 성명, 주소, 연락처 등이 담긴 인명부가 나온 점으로 미뤄 금품 유포를 위한 불법 선거 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유권자 등에게 금품을 유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B씨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현재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B씨를 상대로 김 전 의원으로부터 돈 보따리를 건네받은 경위와 돈의 출처 및 용처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에서 B씨는 “금품 유포 목적의 자금이 아닌 정당한 선거 비용으로 은행에 입금하기 위해 보관했던 돈”이라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측도 “B씨는 김 전 의원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일 뿐 선거 운동원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거 비용을 입금하지 못한 채 주말에 지니고 있었던 돈”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강원도당 관계자도 “김 전 의원측에 확인한 결과 공천이 늦게 결정되면서 영월·태백·평창·정선 등 4개 선거구의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비용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면서 “선거사무소의 회계 책임자 선임이 늦어지면서 통장에 입금을 못한 채 지니고 있던 돈을 입금하라고 전달한 것일 뿐”이라며 불법 선거자금 의혹을 부인했다.

권은중·장석범기자

정선 = 이화종기자 jungk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