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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전망치보다 더 조건 악화
세계 IB·리서치기관 잇단 하향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보다 강도 높은 관세정책을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관세율이 높고 대상 국가가 넓어 우리나라 수출에 직·간접적인 타격은 불가피하다. 제조기업의 해외 이전이 본격화하면 고용과 소비도 둔화되면서 경제 성장률이 0%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관세 조치는 한은이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가정한 비관 시나리오보다 더 악화된 조건으로 평가된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후 연 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국가별 관세율이 높았고 대상국가도 광범위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은은 비관 시나리오에서 미국과 주요국이 고강도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면서 고율 관세가 내년까지 지속되는 경우 올해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1.5%)보다 0.1%포인트 낮은 1.4%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차후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지만 현재로서는 통상 갈등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은 협상 불발 시 240억 유로 상당의 보복 관세와 미국 빅테크 기업 제재를 시사했다. 캐나다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보복 관세 방침을 즉각 밝혔다.

게다가 한국에 부과된 상호관세율은 25%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 중 캐나다, 멕시코 등과 함께 가장 높다. 미국 씨티그룹은 3일 미국의 상호관세 등 조치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최소 0.38% 감소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과 영국 리서치 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근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낮췄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대미·대아세안 수출 둔화로 성장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0%대 성장률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