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일 경남 창원 현대로템을 방문한 강인선 외교부 2차관(왼쪽 8번째)과 주한 외교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유지·보수·정비(MRO)는 무기한(lifetime)인가요?" "이 자주포는 최대 속력이 몇인가요?"

외교부가 2~3일 주한 외교단을 대상으로 마련한 K-방산 현장 방문 행사에서 15개국의 외교단은 끝없는 질문을 쏟아냈다. 이들은 2일 경남 창원 현대로템에서 K2 전차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K9A1 자주포를, 3일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선 FA-50, KF-21 전투기 등의 생산 과정을 살피고 탑승 체험도 했다.

외교·안보 지형 변화에 따라 우리 방산 업계가 새로운 기회를 맞으면서 외교부도 함께 K-방산 알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의도에서 이번 행사가 기획됐다. 외교부는 K-방산 수요가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초청장을 보냈고, 그중 15개국이 응했다. 이번에 참석한 외교단엔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루마니아,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필리핀, 이라크 등이 포함됐다.

외교단은 직접 K2 전차, K9A1 자주포, FA-50 전투기에 시승해보기도 했다. 67㎞/h까지 속력을 낼 수 있는 K9A1 자주포를 타고 외교단은 "생각보다 빠르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KAI는 최근 양산을 시작한 KF-21 전투기의 제작 현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외교단은 제작 기간과 구성, 제원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사미 알사드한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는 "한국 무기체계의 생산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뜻깊은 기회였다"며 한국과의 방산 협력을 기대했다.

K-방산의 ‘큰손’ 폴란드는 우리 방산 생산 현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생산라인 안에 태극기와 함께 폴란드 국기를 같이 걸어뒀다. 현대로템은 지난 2022년 8월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를 수출 계약을 맺었다. 폴란드는 현대로템과 K2 전차 2차 계약도 앞두고 있다. 아르투르 그라지우크 주한 폴란드 대사대리는 "폴란드는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전투기를 성공적으로 운용 중"이라며 양국의 방산협력이 호혜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는 이번 행사가 방산 협력국을 대상으로 한국의 방산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홍보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강구영 KAI 사장은 직접 외교단을 맞으며, 각 외교단이 맞춤형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인력을 지원했다. 주한 외교단과 함께 현장을 찾은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은 "한국과의 방산 협력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며 "정부는 다양한 국가들과의 방산협력 증진을 위한 외교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2027년 세계 4대 방산수출 강국 진입을 목표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방산 수출이 목표치인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넘어 역대 최대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에 ‘셀프 방위’를 요구한다는 우려 때문에 떠오른 ‘유럽 재무장’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한국산 무기에 대한 러브콜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는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맞춤형 방산수출 지원 외교활동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창원·사천=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