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북 의성 산불이 영덕으로 확산할 당시 주민을 구한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수기안토 씨. 연합뉴스

“고령의 어르신 업고 300m 떨어진 방파제까지 대탈출”

영덕=박천학 기자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25일 오후 강풍을 타고 동해안 영덕군 해안마을을 덮칠 당시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선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 주민들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인도네시아 국적의 선원 수기안토(31) 씨로 8년 전 취업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에서 대게 잡이 선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던 25일 오후 11시쯤 마을 어촌계장 유명신(51) 씨와 위험을 무릅쓰고 주민 대피에 나섰다. 이들은 지체 없이 집집이 뛰어다니며 “불이 났다”, “빨리 대피해야 한다”고 외치며 잠자리에 든 주민들을 깨웠다.

특히 마을에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수기안토 씨와 유 씨는 화마가 널뛰는 불길 속에서도 고령의 어르신들을 직접 등에 업고 약 300m 떨어진 방파제까지 달려 대피시켰다. 당시 수기안토 씨는 혼자서 7명을 대피시켰다고 한다.

수기안토 씨는 인도네시아에 5살 아들과 부인이 있는 가장이다. 그는 “한국이 너무 좋고 이곳 주민들은 정말 가족 같다”며 “고향에 있는 아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줘서 뿌듯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수기안토 씨와 유 씨가 없었으면 마을에 큰일이 났을 것”이라며 “이렇게 믿음직하고 따뜻한 청년과 앞으로도 함께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칭찬했다.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주민은 약 60여 명으로 대부분 70대 이상이다. 산불이 닥친 25일 이 마을 주민은 모두 무사히 대피했지만, 주택 30가구는 불에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