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하는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제도인 민주주의는 덜컹거리며 나아갈 수밖에 없지만, 헌법과 상식의 궤도를 벗어나선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판결도, 법치주의 궤도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국민이 일단 수용했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의 행태는 탈선 직전까지 왔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는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재탄핵할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국무위원을 차례로 탄핵하는‘줄탄핵’, 한꺼번에 탄핵하는 ‘총탄핵’ 등으로 국무회의를 불능 상태로 만들자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이 전시(戰時) 상황에서도 굳건해야 할 내각을 불능 상태를 만들겠다고 겁박하는 것은 이성을 잃은 행태다. 현재 국무위원은 16명(총원 21명)으로 한 대행과 최 부총리 외에 4명을 더 탄핵하면 국무회의 개최가 불가능하다. 정부조직법에 따른 국무회의 규정(대통령령)은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開議)하고, 출석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안에 대한 거부권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은 오는 18일 임기가 끝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6개월 연장하는 법안을 이미 발의해 놓고 있다. 명백한 위헌적 법안이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시도야말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내란(형법 제91조)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 대표 등을 내란선동죄로 31일 고발했다. 민주당을 위헌 정당으로 제소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국무위원 2인 이상으로 하는 대통령령을 개정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결코 바람직한 방안은 아니지만,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폭주에 맞설 고육책이라는 공감대도 커간다.

최근 헌재에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렇더라도 헌재 결정을 존중하는 이외의 민주적 방법은 없다. 여야 정치권은 어떤 경우에도 승복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차분히 헌재 결론을 기다리는 게 민주주의를 위한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