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겠다”며 추경 편성을 공식화한 것은, 현 상황에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초대형 산불로 4만8000㏊가 불탔고 75명의 사상자를 내는 등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이 자동차 25% 관세 강행에 이어 오는 2일 상호관세 폭탄을 예고했고, 세계 패권을 다툴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도 시급하다. 영국의 글로벌 리서치 회사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한국은행 1.5%)로 끌어내릴 만큼 경제 위축 우려도 심각하다.

문제는 예산 심의·확정권을 가진 국회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일방 삭감된 예비비 2조 원을 전액 복구하는 데 무게를 두면서 ‘필수 추경’이라는 정부 입장에 공감한다. 하지만 압도적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없다”며 반대한다. “4월 중으로 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는 최 부총리의 초당적 협조 요청에 대해서도 “국회의 예산 심사권을 무시한 오만방자한 태도”라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역점 사업인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소비쿠폰)과 지역 화폐 할인 지원 등 35조 원 규모의 대형 추경을 고집하고 있다.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발등의 불인 산불 피해와 트럼프 관세에 대응하려면 ‘벚꽃 추경’이 돼야 한다. 정부 추경안 국회 제출 이후에도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까지 1개월 안팎이 걸린다. 경제 효과도 불투명한 소비 쿠폰이나 동해 가스전 재추진 예산은 제외해 속도를 내야 한다. 야당의 요구대로 추경을 늘린다 해도 자영업 긴급 지원에 국한해 5조 원 정도가 적절해 보인다. 추경 공감대는 이미 확인된 이상 미적댈 이유가 없다. 정부도 국회도 최대한 서둘러 필수 추경을 마무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