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피소에서 ‘망연자실’ 30일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

■ 피해규모 2조 추정… 30년간의 산불 피해액 맞먹어

지자체 “국민지원 절실” 호소
전문가 “전대미문 재난 피해
울진·삼척때의 2배 넘을 것”
30년간의 2.4조 넘어설 수도

집 완파때 보상액 3600만원
반파 1800만원, 턱없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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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산청=박영수·울산=곽시열 기자

역대 최악의 기록을 남긴 영남지역 산불 사유시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앞으로 보상 문제와 복구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천 채의 주택이 파손됐지만 정부 보상안은 턱없이 적어 피해 주민들은 주택을 새로 지으려면 빚을 떠안아야 할 판이다. 주불 진화 후 본격적인 피해 조사에 나선 지방자치단체들은 “너무 처참해 정확한 피해 집계는 긴 시간이 걸리며 복구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국민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3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발생한 의성 산불로 이날 오전 8시 기준 의성을 비롯해 안동·영양·청송·영덕 등 5개 시·군에서 주택 3617채가 피해를 입었다. 전소 3556채, 반소 25채 등이다. 농작물 1555㏊, 시설 하우스 290동, 축사 71동, 공장 30여 개, 농기계 2639대 등을 비롯해 어선 19척, 양식장 6곳 등이 피해를 봤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피해는 늘어나는 추세다.

경남 산청 산불에 따른 전체 피해시설은 주택 29채, 종교시설 3개, 공장 2개, 차량 13대 등 82곳이다. 산청과 의성, 울산 울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9일 만인 30일 모두 잡힌 가운데 산불영향구역은 약 4만7946㏊로 집계됐다. 의성에서 발화해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으로 확산한 산불 영향구역은 4만5157㏊, 산청 산불은 1858㏊, 울산 울주산불은 931㏊다. 산불영향구역의 약 70%가 헬기 등을 이용한 실제 조사에서 피해면적으로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면적은 3만3562㏊로 추정되고 있다.

고기연 한국산불학회 회장은 “영남지역 산불은 전대미문의 재난”이라며 “재산 피해 규모가 2022년 울진·삼척 산불(9086억 원)의 2배를 훨씬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울진·삼척 산불 피해 규모와 비교해 봤을 때 30년간 발생한 산불 재산 피해액(통계청 기준 2조4519억 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급한 게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피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정부 고시 기준 주택의 경우 완파는 최대 3600만 원, 반파는 최대 1800만 원으로 보상안이 책정돼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재민들은 새집을 짓기 위해선 농어촌 주택 개량 사업 자금 최대 2억 원(이자 2%, 3년 거치 17년 분할 상환)과 주택도시기금 8840만 원(이자 1.5%, 3년 거치 17년 분할 상황) 등 빚을 떠안아야 할 판이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특별법을 만들어 주택이 탄 곳은 주택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농작물 피해는 재해보험을 통해 작물 종류와 면적에 따라 보상액이 결정되며 가축 피해도 종류와 개체 수에 따라 지원되지만, 상당수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자체마다 긴급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섰고 영양군과 청송군은 복구 기금 마련을 위해 고향사랑기부를 호소 중이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많은 분이 고향사랑기부에 동참해 주셔서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진 군민들에게 희망을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의성 산불 피해는 역대급으로 막대해 피해자들의 일상 복귀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은 물론 성금 등 국민적 기부도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