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선고 낙관 어렵자
헌재법 개정안 처리 추진
법조계선 “위인설관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헌법 위반 소지가 있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기연장법을 밀어붙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낙관할 수 없게 되자 민주당이 헌재 구성까지 입맛대로 하려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상당수 헌법 전문가들이 헌법이 규정한 재판관 6년 임기 규정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입법 카드를 총동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헌재법 개정안을 상정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비공개회의를 열어 ‘문형배·이미선 임기연장법’ 등을 추진하되, 4월 18일 두 재판관의 임기 만료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본회의 처리까지는 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기존 재판관이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고 7일이 지날 경우 임명을 간주한다는 내용의 이성윤 의원안과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대표발의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헌재법 개정안이 중점 추진된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어 심사까지 마친 뒤 곧바로 다음 법사위 전체회의 및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방침이었지만, 추이를 살피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이 ‘문형배·이미선 임기연장법’ 카드를 검토하는 이유는 정국 뇌관인 마은혁 헌재재판관 후보자 임명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차일피일 미뤄지며 결과를 낙관할 수 없게 되자, “대통령 파면에 결정적 표”(박범계 의원)라는 마 후보자 임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마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탄핵심판 선고가 문·이 헌재 재판관의 임기만료일을 지날 위험이 있자 이들의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는 재판관 임기를 헌법에 6년으로 정해놨기 때문에 법률로 변경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위헌 법률은 그 자체로 효력이 없는 것”이라며 “(통과 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적용하면 ‘위인설관’(사람을 위해 직책을 일부러 만듦)이 돼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우·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