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전국부 차장

지난 23일 서울시는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미적용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법무부와 함께 서울에 체류 및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가사·육아 분야 활동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D-2(유학), D-10-1(일반 구직), F-3(동반), F-1-5(방문동거) 등 국내에 합법 체류할 수 있는 비자 4종을 보유한 성년 외국인을 대상으로 민간 매칭 플랫폼 업체를 통해 참여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유학생, 결혼이주자 등이 외국인 가사사용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외국인 가사사용인 사업 참여 신청 접수는 4월까지 이어진다. 4∼5월 사이에 교육을 받고, 6월부터 양육 가구에 배정돼 가사·육아 활동을 하게 된다. 서울시는 총 300가구에 외국인 가사사용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만 6∼18세 미성년자를 양육하는 서울 소재 가정을 대상으로 한다. 가사사용인으로 활동하는 유학생에게는 취업 시간을 최대 35시간으로 늘려준다. 비자를 변경할 때 혜택도 준다. 구직 자격(D-10)으로 체류 기간 연장 시 가점(10점)을 부여한다. 점수제 거주 비자(F-2-7)를 취득할 때 봉사활동 점수도 받을 수 있다. 유학 비자를 유지하며 기간만 연장해도 재정 능력 입증 서류를 축소 또는 면제해준다.

가사사용인은 현재 운영 중인 ‘외국인(필리핀) 가사관리사’와 다르다. 가사사용인의 가장 큰 특징은 계약이 이용 가구와 가사·육아 서비스 제공자 간 사적 계약 형태란 점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최저임금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면,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고용된 신분이라 최저임금법 등 적용 대상이다. 이에 노동계와 진보 진영은 외국인 가사사용인 제도에 대해 ‘차별을 공식화하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6일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토론회를 열고 “법적 제재를 회피하겠다는 것” “시장 임금을 교란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신청 접수 단계인데 벌써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진보 진영의 주장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시행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차 시범사업은 사실상 실패했다. 지난 4일부터 148가구가 참여해 연장 시행에 들어갔지만, 이용 가구는 20% 줄었다. 실패의 주된 이유는 최저임금 적용으로 인한 고비용이다. 1차 시범사업 때도 인건비가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보다도 50만 원가량 늘어나 이제는 월 292만3200원(주 40시간 기준)에 달한다. 이에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 가정이 많은 곳은 강남구-서초구-성동구-송파구-용산구 순으로 조사됐다. 모두 부유층 거주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이 제도의 취지는 돌봄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한국인 가사·육아 도우미를 고용할 경제력이 없는 가정을 위해 외국인을 들여온다는 것이었다. 인건비가 비싸면 도입할 이유가 없다. 외국인이라도 임금을 차별하지 말라는 게 진보의 가치겠지만, 평범한 가정도 부담 없이 가사·육아 도우미를 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도 진보 진영이 앞장서야 할 책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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